"우여곡절 끝에 이제 영화가 빛을 보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원작을 읽고 감명받아서 2000년부터 영화화 작업에 매달리게 됐어요. 그런데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어서 제작과 투자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별도의 배경 설명이 아니더라도 시사회장에 들어선 아역 배우들을 보니 단번에 '감'이 온다. 영화 포스터엔 초등학생 꼬마와 네살배기 '진짜 꼬마' 여동생이 천진난만한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데, 시사회장의 그들은 벌써 콧수염이 거뭇한 사춘기 중학생과 숙녀티가 폴폴 나는 초등학생으로 훌쩍 자랐다. 개봉까지 어려움이 있었음이 피부로 느껴졌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장길수 감독(50)이 가슴 따뜻한 영화 한 편을 들고 오랜만에 돌아왔다.
고 정채봉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초승달과 밤배'(제작 신씨네, 엔넷). 98년 '실락원'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장 감독의 말마따나 '초승달과 밤배'가 스크린에 옮겨지기까지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96년 작품을 처음 접하고 삼고초려 끝에 2000년 정채봉 작가로부터 영화화에 관한 승낙을 받았다. 하지만 흥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충무로의 제작환경에서 투자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을 따내고 자신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2002년에야 촬영에 착수했다.
다행히 많은 스태프와 연기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영화는 보충 촬영까지 포함해 2003년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예산 부족 등으로 개봉까지 또다시 2년이 걸렸다. 영화화 착수 이후 무려 5년 만의 개봉.
그 사이 정채봉 작가는 세상을 떠났다. 장 감독은 "영화의 완성본을 보지 못하고 타계하신 정채봉 작가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철수 감독의 '녹색의자'에 뒤이은 중견 감독들의 신선한 반란이 반갑다. 톡톡 튀는 감각으로 무장한 신인 감독들이 빠르게 충무로를 점령해가는 가운데 '노장'의 이름으로 돌아온 장길수 감독의 감성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도 80년대 중반에는 새 바람의 '기수'였다.
'초승달과 밤배'는 70년대 서해안 시골마을이 배경이다. 철부지 소년 '난나'(이요섭)와 여동생 '옥이'(한예린)가 억척스러운 할머니(강부자)와 함께 헤쳐가는 애틋한 세상살이를 담고 있다. 곱추병 장애를 가진 동생과 이를 부끄러워하는 오빠, 어려서 헤어진 엄마에 대한 동경 등이 슬프지만 따사롭게 흐르고 있다. 장 감독은 "두 주연배우들이 업어줘도 모자랄 만큼 열심히 잘해줬다"며 "관객에게 무조건 봐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많이 와서 봐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5일 CGV 인디상영관 등 8개 스크린에서 개봉된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 cl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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