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버스 준공영제 연기 갈등

10월 시행 예정인 버스준공영제의 연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버스조합과 시민단체 및 대구시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업계 시민 엇갈리는 반응

지난 9일 대구시에서 열린 제12차 버스시민개혁위원회에서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 구축사업이 당초 예정보다 2~3개월 지연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버스조합이 버스준공영제 시행도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BMS는 버스에 단말기를 설치, 인공위성과 통신망을 통해 버스의 승강장 도착시간과 현재 위치좌표 등 단말기로부터 수신되는 정보를 수집하는 BMS센터로 옮겨 정보를 가공한 뒤 승객에게 현재 운행상황을 안내하는 시스템. 당초 시는 10월 정보수집 단계까지 설비를 우선 구축할 예정이었다.

버스조합 남운환 전무는 "BMS구축사업 관련 협상이 길어진다는 이야기는 결국 준공영제 시행을 늦추겠다는 뜻으로 시가 준공영제 10월 시행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업계의 경영난이 교통요금 인상시 이용승객 감소분 미반영, 자가용 등 대체교통수단 증가로 인한 정시성 미확보, 교통요금의 사전원가보상제 시행 등 시의 잘못된 대중교통정책 탓이 큰데도 업계의 경영부실 탓으로 몰고 있다"고 했다. 버스 노조측도 "노·사·정이 합의한 부분이니만큼 시가 약속대로 준공영제를 시행해야할 것"이라는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버스업계가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 배짱을 부리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구 동성로 밀리오레 맞은편 버스승강장의 경우 오후가 되면 승객들을 기다리는 버스들이 편도 3차로인 도로의 2개 차선을 점령해 인근 교통이 정체되기 일쑤다. 이정곤(34.수성구 황금동)씨는 "버스가 한꺼번에 몰려 오기 일쑤고 많은 시간을 기다려 버스에 올라타도 출발까지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결국 서비스개선없는 상황에서 준공영제를 시행할 경우 버스업체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버스업계의 경영상태

지난 4월부터 2개월 동안 시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시내버스업체 29곳(1곳은 법정감사)을 대상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자본잠식 업체가 22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편의상 운행버스대수를 기준으로 95대 이상 대그룹(3곳), 중그룹(21곳), 소그룹(대수 40~50대 업체.5곳)으로 나눴을 때 연간 버스 1대당 단기순손실은 대그룹이 879만3천원, 중그룹 21곳은 1천171만9천원, 소그룹 5곳은 1천615만7천원이었고 총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각각 94%, 144%, 192%였다.

또 지난해 29곳의 운송적자(차량운행으로 인한 영업손실)는 모두 408억원으로 평균(버스대수당 손실 제외) 14억600만원의 적자를 보는 등 흑자를 기록한 업체는 아예 없었다.

시민단체들은 이처럼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버스업체들이 소규모, 부실업체 구조조정, 통폐합 등 자구노력 없이 준공영제 시행만을 주장하며 시민들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업체들은 '돈이 없다'며 차내에 붙일 버스노선안내판조차 못 달겠다고 하는 등 최소한의 서비스개선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시민에게 재정부담을 지운 채 버스사업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준공영제 늦춰지나

대구시는 BMS사업을 추진하면서 10월까지 정보수집분야 체계를 우선구축하고, 버스승강장에서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등 나머지 설비는 추후에 갖춰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LG CNS)와 사업비 문제로 이견을 보여 2~3개월 사업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기획단 진용환 단장은 "준공영제 시행의 가장 큰 목적은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의 편의를 위하고 버스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있는 것이지 무작정 정해진 일자에 시행하는 것 자체가 주목적이 아니다"며 "BMS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채 준공영제를 시행하면 시민의 세금으로 부실한 버스업체에 '당근'만 주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밝혀 준공영제 시행 지연을 시사했다.

한편 시는 버스업계에 지난해 버스 1대당 2만9천264원씩, 모두 18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실제 버스 1대당 운송적자는 하루 6만6천301원에 이르지만 대당 2만9천264원의 시 보조금 지원을 감안하면 버스 1대당 운송적자는 3만7천36원으로 줄어든다. 대중교통수단임을 감안해 약 44%에 달하는 적자분을 시가 보전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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