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라고 하면 흔히 동사무소나 사회복지관을 떠올리지만 이제 학교에서도 복지사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대구 수성구(범물1동·지산1동·황금1동)와 달서구(신당동·월성2동)가 전국 15개 교육복지우선투자지역 중 하나로 선정됨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이 지역 10개 초·중학교에 복지실이 만들어지고 '지역사회교육전문가'라고 불리는 사회복지사들이 배치된 것이다.
이들은 복지관이나 동사무소 등에서 신경쓰기 힘든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보니 저소득 가정 학생들에서 주로 나타나는 기초학력 부진을 메우고 학력을 신장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지만 심리 계발과 정서안정, 문화체험, 특기적성활동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학교에 근무한지 3개월이 된 이건영(24.여.학산중), 이정빈(27.여.범일중), 진혜민(24.여.학산초) 복지사로부터 더 나은 학교를 향한 '복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사보다 한 걸음 더
이정빈 복지사는 지난 한 달을 정말 정신 없이 보냈다. 병으로 거동조차 못하는 아빠를 둔 한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 인근 복지관으로, 동사무소로, 병원으로 뛰어다닌 것이다. 이 복지사가 학생의 문제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담임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담임 선생님은 학생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애만 태우고 있다가, 새로 부임한 복지사에게 문제를 의뢰했던 것.
이 복지사는 "집안 환경은 엉망인데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학생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며 "지금은 10여 개 시설에서 협조를 구해 학생의 가정을 돕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음의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역할은 바로 교사 수준에서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교사가 챙겨주기 힘든 지역사회 연계나 학생들의 심리상담 등이다. 물론 이런 역할은 기존에 교사들이 해 오던 것이지만 좀 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상처 없이 희망을 심어요
복지사들이 교육복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학생에게 저소득층, 문제 가정의 아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혜택을 받는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남을 수도 있고, 다른 학생들이 알게 될 경우 왕따의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지사들은 표나지 않게 학생들을 돕는데 주의를 기울인다. 특히 수성구의 경우에는 빈부 격차가 큰데다 한 반의 10% 정도만이 대상자여서 이 같은 문제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몰래(?) 사업을 진행하려 애쓰다 보니 저소득층이 아닌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녀들을 함께 섞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때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하면 금세 아이들이 알아차리기 때문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는다. 또 학원이나 문화센터 등의 수강료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진혜민 복지사는 "방과후 학교 등을 운영하면 다른 학생들 눈에 쉽게 띄어 저소득층 학생들이 참여를 꺼려한다"며 "수강료를 지원하면 일반 학생들 속에 섞여서 함께 공부하고 뛰어 놀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사에 학생들의 의욕이 낮아 맥빠지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다 보니 적극성이 떨어지고 무기력한 학생들이 많았던 것. 특히 방학 초기에는 낮은 출석률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를 해야 했다. 이건영 복지사는 "지금은 아이들과 친해져 친구까지 데리고 올 정도로 반응이 좋지만 사업 초기에는 무기력에 빠진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 가장 급했다"고 털어놨다.
▲복지실을 마음의 쉼터로
이건영 복지사는 학교의 사회복지실을 아이들을 위한 쉼터로 꾸몄다. 이 복지사는 "파스텔 톤으로 교실을 꾸며 학생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터 놓을 수 있도록 했으며 보드 게임과 다과 등을 준비해 누구든지 마음대로 들를 수 있는 쉼터가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자 복지실을 드나드는 학생 수도 늘어나고 먼저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자연스레 많아지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학교 복지의 최종 목표는 '오고싶은 학교, 하고 싶은 공부'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들의 정서를 안정시켜 주는 일이다. 아직은 인력과 예산 문제 때문에 학생들의 보충 학습을 돕고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해야 할 일은 엄청나게 많다는 것.
이정빈 복지사는 "학교 복지가 가야 할 방향은 학생마다 개별적으로 접근해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마음의 상처가 치유돼야 공부에 대한 의욕도 생겨나게 마련"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사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학생들과 가장 가까이서 생활하는 담임 선생님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진혜민 복지사는 "수 많은 학생들의 문제를 모두 파악할수 없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들이 중간에서 도와주면 큰 도움이 된다"며 "복지사는 담임 선생님을 돕는 제 2의 담임 교사 정도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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