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놈은 발 뻗고 자고,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 우리 속담이다. 하지만 이 속담은 적어도 국가 간 관계에선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일본을 보면 그렇다. 고이즈미 일본총리는 패전 60주년을 맞아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다시 사과와 반성의 담화를 발표했다.
쪊하지만 패전 60주년을 맞은 일본의 표정에선 반성이 아니라 오히려 군국주의의 부활이 느껴진다. 일본정부 현직 각료와 국회의원을 비롯해 수백만 명의 참배객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도쿄 중심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야스쿠니 신사 참배객들은 60년 전 항복을 선언하던 당시 쇼와(昭和) 일왕의 목소리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일본은 이와 함께 원폭 피폭지역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대규모 평화집회를 개최하고 '대동아전쟁은 자위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며 전쟁 도발국이 아니라 피해국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쪊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쯤 되면 기네스 북에 오를 만하다. 일본이 일제의 만행을 감추고 호도한다면 주변 피해국들은 일제의 잔혹함을 부각시키는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제의 731부대다. 731부대가 행한 세균전이나 생체실험은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학살에 버금갈 만큼 잔혹하다. 731부대는 한국'중국'러시아인 포로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했고 실험을 통해 배양한 세균으로 세균전을 전개해 피해를 입은 중국인이 27만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최근 미국 국립문서보관서에서 발견된 2건의 기밀 해제 문서에 따르면 당시 일본을 점령하고 있던 미군은 731부대장 이시이 시로와 부하들에게 생체실험 자료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전범 재판의 기소를 면제해주고 거액의 돈과 각종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공식자료가 없다며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쪊중국 정부는 일본의 전쟁범죄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731부대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하얼빈시 사회과학원도 중국과 한국 등의 피해자 가족을 찾아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루쉰(魯迅)은 '미친 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다. '집단 기억상실증 환자' 일본에겐 일제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일 것이다.
조영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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