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99일 남았다. 많은 입시기관과 언론들이 D-100일을 맞아 막판 정리 공부에 골머리를 앓는 수험생들을 위해 갖가지 처방전을 내민다. 수험생들은 대학 입학이라는 지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보약이든 독약이든 가리지 않을 심정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D-며칠이란, 남은 기간의 중요성보다 카운트다운의 긴박함을 통해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자 하는 수험생들의 긴박한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D-100일에 참 씁쓸한 교육부발 소식이 들렸다. 2008년까지 국고 1조4천억 원을 투자해 지방 대학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교육부의 누리사업이 시행 1년 만에 부실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전국 지방대 사업단 112개 가운데 60% 이상이 방만하게 사업을 운영했고, 국고보조금을 엉뚱한 곳에 쓰거나 낭비한 7개 사업단은 아예 선정이 취소됐다는 얘기는 수험생들이 그토록 가려고 애쓰는 우리 대학 교육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대학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이라면 일단 따놓고 보자는 식으로 능력 이상의 계획서를 내놓고, 그럴듯하게 포장해 설명하는 대학들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계획이 주먹구구다 보니 막상 보조금을 받아도 어떻게 써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 당장 급한 기자재 구입이나 생색나는 장학금 지급 등에 썼다니 더욱 기가 막힌다.
하지만 참으로 가관인 것은 교육부다. 근엄한 얼굴로 대학들을 나무라지만 정작 침을 뱉고 있는 곳은 제 얼굴이다. 사업단에 참가한 77개 대학이 입학 정원 1만여 명을 줄이는 성과가 있었다고 끝머리에 붙인 자랑조차 자신에게 던지는 욕이다.
누리사업은 의도부터 빗나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교육부가 대학의 구조 개혁을 촉진하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은 일견 온당하지만 지금처럼 대학의 공급이 수요를 넘어 자연도태 과정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 현실에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구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대학에 대한 지배권을 놓지 않으려는 교육부의 불손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는 1999년 시작된 두뇌한국(BK)21 사업이나 최근 한창인 국·공립대 통합 지원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업 선정 과정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1조4천억 원의 국고를 쏟아붓는 사업을 실질적인 수행 능력이 아니라 서류와 프레젠테이션으로 선정했다는 것부터가 교육부 스스로 부실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역 안배나 교육부와의 관계 등의 요소까지 개입됐다면 도덕적 해이의 중심지는 결국 교육부인 셈이다.
대학 구조개혁은 눈앞에 닥친 절박한 과제다. 현 수험생들에겐 입학 후 자신이 다니는 학과가 사라질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이다. 교육부는 누리사업에서 드러난 대학의 부실과 방만 같은 것들을 이유로 구조개혁의 주도권을 잡으려 들지만, 앞으로 100일 동안 대학 입학을 꿈꾸며 밤낮을 밝힐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제 앞가림부터 잘하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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