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 유치 포항·울진·영덕 '어정쩡'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을 유치하느냐, 포기하느냐에 대한 최후 선택만 남았다.'

경주시는 16일 정부에 방폐장 유치를 신청, 방폐장에 올인했고 유치 찬·반 논란에 휩싸인 포항시, 울진군, 영덕군은 강하게 압박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시·군의 단체장과 의회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유치 결정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주민 여론이 아니라, 단체장과 의원들의 찬·반 성향에 의해 방폐장 유치 여부를 결정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시·군민들의 찬·반 의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드세지고 있다.

영덕군의 경우 16일 오후 주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폐장 주민 찬·반 토론회를 가진데 이어 찬·반 단체들은 각자 군민들을 상대로 치열한 홍보전에 돌입했다. 영덕군은 이날 토론회 후 2개 여론조사기관에 찬·반 여론조사를 의뢰했으며 조사가 끝나는 22일 찬성 결과가 높으면 곧바로 의회에 방폐장 유치 신청 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영덕군의회 모 의원은 "조사에서 찬성이 많으면 의회 동의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영덕군의 애매모호한 입장, 내년 선거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반대 여론에 대한 실익을 분석하는 의원들도 많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선우 영덕군 방폐장유치위원장은 "영덕군은 미적거리지 말고 여론조사 중이라도 찬·반 입장을 분명히 해 군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군을 압박했다. 반대 측도 "군이 찬·반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공박했다.

의회에서 유치에 반대할 경우 영덕군의 방폐장 유치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지난 12일 시의회에 방폐장 유치 동의안을 제출해 놓은 포항시는 현재 의회의 동의안 처리 여부가 핵심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그러나 포항시는 지난달 전체의원 35명 중 19명이 서명한 유치 반대 결의안이 제출된 상황이어서 유치 동의안이 무사히 통과될지 불안해하고 있다.

의회는 22, 23일 이틀간 임시회를 열어 포항시가 제출한 방폐장 유치 동의안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사전 주민 찬·반 여론조사를 거치지 않아 지역 중대사를 '그들만의 결정'에 맡겨서 되겠느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정부의 방폐장 유치 결정의 키는 해당 지자체 주민 여론이다. 의원들의 찬·반 성향이 주민 의사를 모두 반영했다는 것은 무리"라며 "시민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해 의회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군으로부터 방폐장 유치 동의안을 제출받은 울진군의회는 15일 이내에 임시회의를 열어 신청 여부를 의결해야 한다. 방폐장 유치 찬성 주민들은 군의회가 최대한 빨리 임시회의를 열어 산업자원부 신청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군의회는 아직까지 구체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울진을 방문한 김광원 국회의원은 울진군수, 군의원 8명과 비공식 모임을 갖고 방폐장 유치 신청 여부를 논의하면서 일단 정식 절차를 밟고 모든 것은 주민 뜻에 맡기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폐장 찬성 주민들은 군의원 대다수가 한나라당 소속인 만큼 지역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압박해 방폐장 유치 신청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울진발전포럼 전주수 대변인은 "군의회가 계속 임시회의를 미룬다면 주민들의 분노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의회 관계자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한 바 없다"고 했다.

김해용기자

포항 임성남·영덕 최윤채기자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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