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병원에서 치매진단을 받은 박인자(가명·61·여)씨의 가족들은 하루하루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린다. 박씨가 한마디 말도 없이 하루 종일 고무줄을 풀었다 감는 등 무의미한 행동만 반복하며 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집 근처를 배회하다 교통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가족들이 외출한 사이 문을 모두 잠그는 등 이상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만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다.
박씨처럼 가족이 치매를 앓고 있는 주민들은 다음달부터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건소는 다음달 6일부터 한 달간 치매노인을 위한 '회상(Life Review) 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한다.회상 상담은 유아기,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등 생애주기를 대표하는 특수 사진을 치매노인에게 보여준 뒤 본인이 간직한 과거의 응어리를 풀도록 도움을 주는 것.
국내에서 적용되기는 수성구보건소가 처음이다. 한국여가연구소 이채훈 연구원은 "상담자들은 기뻤던 시절을 떠올리도록 도울 뿐 아니라 슬픈 기억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특히 증상이 가벼운 치매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상담은 치매 노인들의 인지력 감퇴나 정서불안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
보건소 안효자 치매담당은 "홀몸노인 치매환자 중에는 가족들로부터 소외당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어릴 적 부모들에 대한 원망, 배우자에 대한 불만 등 치매 원인이 될 만한 시점의 사연을 청취해 이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소는 이에 따라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경력 5년 이상의 자원봉사자 상담원 20명을 선발, 회상프로그램 교육을 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다음달 9일부터 10월 7일까지 매주 화·금요일 치매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 상담을 맡게 된다.한편 치매노인은 수성구 2천400여 명, 대구전체는 1만6천여 명(65세 이상 노인인구의 8.3%)으로 추산된다. 053)666-3133.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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