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택 '묻지마 경매' 찬바람 돈다

규제 약한 토지는 낙찰률 여전히 높아 인기 계속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묻지마 경매'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직접 규제 대상인 아파트나 빌라 등 주택 수요는 감소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토지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 '경매시장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4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투기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됨에 따라 경락잔금대출을 이용해 경매시장에 참가하는 입찰자들은 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지법 경매법정에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통상 하루 250명 이상이 응찰하던 것과는 달리 7월 이후 170~200명 선으로 응찰자가 줄었으며 낙찰률도 50%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16일 오전 열린 경매에는 60건의 물건에 150명이 응찰해 2.5대 1 정도의 경쟁률(통상 3대 1 이상)을 보였으며 낙찰건수도 절반에 못미치는 26건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경락잔금대출 제한 정책 때문. 지난 3, 4월만 해도 낙찰가의 90%까지 가능했던 경락잔금대출은 투기지역은 경락자가 기존 대출이 있을 경우 더 이상 대출이 안되며 비투기지역조차 낙찰가의 70~80% 수준까지 떨어졌고, 그나마 이달 내 추가 규제책이 발표되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락잔금대출이란 경매부동산을 낙찰받을 사람이 낼 잔금을 금융기관이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말하는데 현재 경매시장 참가자의 대다수는 대출을 끼고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

모 경매컨설팅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축소한다는 소식에 과거처럼 무조건 경락받고 보자는 투자자들은 없어지고 실수요자나 자금이 넉넉한 사람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경락잔금대출을 전문으로 해온 모 신협 관계자는 "일주일에 두세 건씩 들어오던 대출 신청이 거의 사라졌으며 대출심사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대구지법에 따르면 지난 4월 5천여 명에 달해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던 경매참가자 수는 이후 보합세를 보이다가 7월 이후 40% 정도 줄어들었다.

지하철 역세권이나 신흥개발지역 등 인기지역을 제외한 아파트, 주택 응찰률은 낮아지고 있으며 재경매에 들어가는 사례가 많다. 반면 토지의 경우 여전히 낙찰률은 높은 실정. 지난 12일 경매에서도 토지는 대부분 낙찰됐다.

모 경매컨설턴트는 "주택담보대출 축소에 따라 올 하반기 경매시장에서도 자기자본이 없는 사람은 진입장벽이 높아지되 혁신도시 건설예정지 등을 중심으로 한 토지는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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