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여성이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 힘들어요."
이혼녀 최모(33.주거부정)씨는 직업을 구하려고 갖은 애를 써봤지만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한군데도 없자 결국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지난 16일 경찰에 잡힌 최씨는 대구 달서구와 서구 일대 교회, 학원, 어린이집 등을 돌며 9차례동안 170만 원 상당의 좀도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최씨는 2년 전 서류상으로 이혼했지만 남편과 함께 살다 지난해 말 두 딸의 양육권을 남편에게 맡긴 채 단돈 100만 원만 손에 쥐고 집을 나왔다. 자신이 가정살림을 잘못 산 때문이라는 자괴감에 위자료를 요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최씨는 신문광고, 생활정보지 등을 보며 허드렛 일이라도 구해보려 노력했지만 쉽잖았다. 지난 1월 경산에 있는 한 감자탕 집에서 2개월가량 일하기도 했지만 주인의 곱지않은 시선과 건강문제로 그만둬야 했다.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그는 지난달초부터 범죄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지난달 2일 달서구 ㅅ교회 사무실에서 '교회를 다니고 싶다'고 한 뒤 여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현금, 신용카드 등이 든 지갑을 훔쳤으며 12일에는 감삼동 ㅈ어린이집에서 자녀입학을 상담하러 온 것처럼 속이며 현금카드를 슬쩍했다. 28일에는 ㅁ어린이집에서 현금 8만5천 원을 훔쳤고 지난 3일 한 입시학원 사무실에서 학원 여강사의 지갑을 들고 나왔다.
최씨는 17일 담당 경찰에게 "먹고 살기 위해서였지만 학교에 다니는 두 딸에게 책이라도 한 권 사주고 싶었다"며 눈물을 쏟았다.지난해 말 남편과 헤어진 뒤 세 자녀를 키우고있는 이혼녀 이모(36.중구 삼덕동)씨는 아예 직업을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가정이 파탄 직전에 이혼했기 때문에 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는 이씨는 교회, 복지관 등에서 구걸하다시피 끼니를 때우고 있다.이씨는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며 "하지만 인근 교회 등에서 도움을 줘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직장이 없거나 대책없이 갈라선 이혼녀들이 힘겨운 나날을 벗어나지 못해 몸부림치고 있다.일부 사회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외기러기 모임' 등을 통해 이혼녀들이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애환을 달래는 게 고작이다.
대구여성회 윤정원 정책위원장은 "이혼녀들이 사회적으로 따돌림 당하는데다 마땅히 직업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차원에서 이혼녀들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직업선택의 기회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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