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명의 학생만 있어도 천 리 길을 갑니다."
경산지역 ㄷ전문대 김모 교수. 그는 최근 50여 일 동안 강원 속초, 인천, 경남 마산·거제 등 10여 곳 4천여㎞를 돌며 학생모집 활동을 폈다. 그는 각종 연고를 총동원해 학교·친지·사설학원 등을 누볐다. 학생 충원이 여의치 않으면 당장 폐과될지도 모르는 위기감에서 김 교수는 스스로 강행군을 하고 있다. 연예계열 학과여서 지역에서만 지원자를 받았다가는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울 판이기 때문.
대구·경북의 대학 신입생 자원은 연간 6만여 명인데 반해 입학 정원은 9만여 명. 3만여 명의 학생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모집 경쟁을 하고 있다.
대학의 학생모집은 교수들의 지역 및 학교 분담제, 선물 공세, 선배 동원하기, 차별화한 온라인 홍보, 연고를 활용한 읍소 등 처절(?)하다시피 하다.
영남이공대 신설학과의 김모 교수. 그는 기존 홍보 루트가 없다 보니 산골 벽지학교까지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 거창지역에서 2박3일 동안 숙식하며 학생과 고교를 찾아다녔다. 직업 군인에서 교수의 길로 들어선 김 교수. "학생모집 활동을 해보니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자존심도 버려야 하는 것이 군대 생활보다 더 힘들고 절박하네요." 그는 말로만 듣던 학생 모집난에 혀를 내둘렀다.
영천지역의 한 전문대는 흔한 기념품 대신에 학교 농장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농산물을 고교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선물한다. "직접 기른 농작물로 포도주나, 사과주스, 마늘, 양파 등 정성을 담은 선물을 하니까 의외로 반응이 좋아요. 가능하면 도와주고 싶도록 만들죠." 이 대학 학장은 인맥을 총동원해, 조찬 모임에서부터 친목모임에까지 참석하며 입학홍보 분위기를 조성한 뒤 해당 교수들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뛰고 있다.
같은 대학에서도 학과별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교수들은 차별화한 홍보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대구시내 ㅇ, ㄷ 전문대의 경우 상당수 학과가 개별 홈페이지를 만들어 고교 게시판에 띄우고 있고, 성공한(?) 선배 졸업생을 대동하며 한 명의 학생이라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또 대구시내 한 전문대와 경산 4년제 대학은 해당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와도 직접 전화통화를 하면서 졸업 후 취업 보장을 약속하거나 젊은이 사이에 인기가 높은 미니홈피 사이트 '싸이월드'에 고교생을 가입시켜 학교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 재학생들까지 입학을 독려하는 전화를 걸고 있다. 대구권 4년제 대학들은 다음달부터 대대적인 캠퍼스투어를 갖는다.
모 전문대 한 교수는 "찾아간 고등학교에서 외판 사원보다 못한 대우를 받기도 하지만 대학은 물론 학과 존폐가 달려있다 보니 대학 구성원 모두가 입학 홍보 직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