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중음악계에서 빅마마가 바꾼 변화들

2003년 여성 4인조 그룹 빅마마(신연아, 이지영, 이영현, 박민혜)의 출현은 대중음악계 지도를 바꿔놓았다.

여성그룹은 예쁘고 늘씬해야 한다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인식을 바꾸며 외모에 비해 훌륭한 가창력을 갖춘 신인들의 데뷔 기회가 폭넓어졌다. 또 1집 당시 방송 출연을 하지 않으며 40만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 오락 프로그램의 빈번한 출연이 음반 판매와 비례하지 않음도 당당하게 입증시켰다.

그리고 올해 2집 발매. 타이틀곡 '여자'가 인기를 끌며 극심한 음반 불황 속에서도 벌써 20만장에 육박하는 음반 판매로 연이은 성공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제 빅마마는 암암리에 대중음악계 종사자들의 인식들을 바꿔놓는데 일조했다.

"이 세상 그 어떤 가수보다 빅마마가 예쁘다"고 말하는 매니저 이상철 실장의 말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음반제작자들의 마인드를 바꿨다

1990년대는 일명 꽃미남, 꽃미녀로 불리는 아이돌 스타의 부흥기였다. 음반제작자들은 너도나도 가창력보다 외모를 일순위에 놓고 '비디오형' 신인가수 캐스팅에 나섰다. 립싱크는 당연시됐고, 백 코러스가 불러놓은 목소리에 실제 가수의 목소리를 살짝 '얹는' 일도 허다했다.

노래보다 '섹시', '얼짱' 등 눈요기로 승부하기 위해 스타 양산에 힘썼던 음반제작자들에게 빅마마의 등장은 '무모한 짓'처럼 보였다. 빅마마는 여성 그룹이면서 멤버 그 누구도 늘씬하거나 눈에 띄는 외모가 아니었다. 그러나 각자 개성이 뚜렷한 파워풀한 음색으로 가창력과 하모니,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능력을 앞세워 1집은 음반시장 침체 속에서도 대히트를 기록했다. '가수라면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당연하고 오래된 진리를 음반제작자들은 두 눈으로 목격했다.

빅마마의 신연아는 "우리의 출현 이후 가수들의 외모 얘기가 덜 나오더라. 나이가 들어 인기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안한다. 우리의 팬들은 우릴 이성으로 좋아하는게 아니다. 결혼을 해도 멤버로 활동할 것이다"며 웃었다.

빅마마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이사는 "빅마마의 성공 이후 오히려 예쁘고 잘생긴게 손해를 보는 시장이 됐다. 많은 음반제작자 및 대중들이 외모가 반듯하면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갖게 된 것이다"며 빅마마의 가치를 평가했다.

▲신인가수들에게 희망을 줬다

빅마마는 "외모가 별로면 오디션을 보러가도 기획사에서 기회조차 주지 않던 시절을 생각하면 앞으로 배출될 후배 가수들에게 좋은 모델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요즘 가요계에는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무척 많다. 유승준의 전성기 시절 매니저였던 현 MJ엔터테인먼트 최성한 이사는 "신인 중 요즘 노래 못하는 가수가 없다. 그러나 눈에 띄는 외모를 갖춘 이들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 실용음악과 여학생 정모 씨는 "수차례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음반기획사에선 노래보다 성형수술, 몸매 얘기를 먼저 하며 퇴짜를 놓았다. 빅마마를 보면서 가수를 꿈꾸는 많은 친구들이 희망을 가진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 "가수가 되기 위해 외모를 가꾸고 춤 연습만 하던 신인들도 이젠 작곡 공부, 기타, 피아노 등 악기 연습을 한다"고 덧붙였다.

양 이사는 "빅마마의 성공 이후 실력있는 친구들이 오디션을 보러오면서 좋은 원석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아무리 기획사의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도 노래 잘하고 음악성 있는 신인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래서 좋은 원석들이 더 많이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중의 귀의 수준을 올려놓았다

이제 현란한 플레이로 포장해 대중을 속이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음반제작자나 방송 관계자보다 대중의 귀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 누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의 판단력이 전문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마마는 양질의 음악 양산에 일조했다. 특히 10대 위주의 노래 홍수 속에서 소외된 30-40대에게 들을 만한 음악을 제공했다. 이들의 노래는 엘리트 계층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공연장에는 모녀가 함께, 또는 결혼 30주년을 기념해 빅마마 콘서트를 보러 온 부부도 있었다.

KBS 2TV '인간극장'은 빅마마의 존재 가치를 높이 평가, 5부작으로 다뤘다. 히트곡 '체념'은 2년 연속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려진 곡 1위에 올랐다. 세계적인 팝그룹 보이즈 투멘은 빅마마의 1, 2집을 들은 후 음반 수록곡에 듀엣은 물론, 내년 내한 공연 때 조인트 공연도 제의했다.

이들의 실력에 대한 안팎의 인정은 수많은 오락 프로그램 출연 등 많은 노출이 낳은 결과도 아니다. 빅마마는 1집 때도 '윤도현의 러브레터', '수요예술무대' 등 전문 음악프로그램 외에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2집 때도 그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좋은 노래는 대중의 가슴을 파고들고 음반 판매로 이어진다는 정도(正道)를 걸었다.

빅마마는 "우리 노래는 10대 위주가 아니다. 또 유행을 안타는 경향이 있다"며 "50년이 지나서도 '역시 빅마마 노래는 명곡이구나, 스테디셀러 그룹이구나'로 기억되고 싶다. 후배들이 리메이크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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