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 고분자덩어리와 탄소나노튜브를 섞어 만든 칩(chip)에서 정전기 방지(=전도성) 섬유를 뽑아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문가들은 "놀랍고 충격적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폴리에스테르를 비롯한 다른 고분자와 탄소나노튜브를 결합해 또 다른 칩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고, 고분자 화합물이 산업 전반에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섬유·자동차·항공·조선 등 거의 모든 산업의 대혁신을 초래할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분자 화합물과 탄소나노튜브를 결합해 새로운 물성의 물질을 만들어 내는 과제는 섬유나 고분자를 다루는 세계 모든 전공자의 '숙제'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면 어떻게 대구에서 이 같은 과제를 완성할 수 있었을까?
해답은 최고끼리의 만남. 나노미래(주)는 2001년 10월 세계 최초로 탄소나노섬유 양산 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탄소나노튜브 양산기술도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런 최첨단 기술도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더욱 상업성 높은 연구개발 과제를 이룰 파트너가 절실했다.
이 회사 정구형 대표는 서울과 대전, 포항 등 전국의 유명 대학, 연구소를 찾았지만 꿈을 이룰 파트너는 경북대에 와서야 만났다. 지종기 교수(화학과·대구나노부품실용화센터장)팀은 이미 2002년 3월부터 탄소나노튜브 분산(分散) 연구에 착수했고, 수준도 국내 최고임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2004년 3월 지 교수의 요청에 따라 정 대표는 본사를 아예 서울에서 대구(대구테크노파크 성서 벤처공장)로 옮겼다(사진). '연구개발에 성공하고 사업이 번창하더라도 본사와 연구소는 대구에 둔다'는 각서까지 썼다. 탄소나노튜브 양산에 관한 세계 수준의 기술을 갖춘 나노미래(주)와 탄소나노튜브 분산에 관한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지종기 교수팀은 이렇게 의기투합했다. 현재 나노미래(주)의 핵심 연구인력 5명 모두 지 교수 연구실 출신이다.
지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고분자 화합물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칩의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나일론 고분자와 탄소나노튜브를 섞어 만든 칩에서 세계 최초로 장사(長絲)를 뽑았다는 사실은 탄소나노튜브의 분산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탄소나노튜브는 금보다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가"라면서 "분산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은 적은 양의 탄소나노튜브를 이용, 고품질의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여서 적용 가능한 산업분야는 그만큼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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