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법무차관이 18일 안기부 도청테이프 녹취문건에 삼성그룹이 '떡값'을 주려 시도한 검찰 간부로 자신이 거명된 데 대해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이른바 'X파일'의 후폭풍이 거세게 부는 양상이다.
참여연대가 고발한 X파일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대화를 도청당한 홍석현 주미대사가 7월26일 사의를 표한 데 이어 X파일에 오른 김차관이 사표를 냄으로써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도청테이프 녹취록에는 김차관을 포함한 현직 법무·검찰 고위 간부 2명과 전직검찰 간부 5명이 삼성의 떡값 제공 '리스트'에 포함돼 있지만 그에 대한 감찰이나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 '떡값'이 오갔는지는 규명되지 않은 상황.
반면 녹취록에 등장하는 전현직 검찰 간부들은 대부분 삼성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일절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터였기에 김 차관의 이번 사퇴는 다소 의외의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차관은 7월21일 X파일에 자기 이름이 언급돼 있음을 알게 된 이후 물러날 마음을 먹고 이달 7일 정식으로 사임하려 했으나 업무파악이 끝나지 않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을 돕기 위해 사임을 미뤘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
이런 상황에서 이날 오전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X파일'에 떡값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는 전현직 검사 7명의 명단을 공개하자 사퇴를 전격적으로 결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김 차관은 법무부 간부에게 "돈받은 사실이 절대 없는데… 억울하다"며 사퇴를 결심했음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검찰 관계자들은 김 차관의 전격적인 사의표명 사실이 알려지자 당혹감을감추지 못한 채 X파일이 검찰조직에 미칠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를 가늠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우선 김 차관의 사의 표명으로 조만간 후임 차관 임명에 따른 고검장급의 소폭인사가 예상된다. 김 차관 외에 X파일에 이름이 오른 현직 검찰 고위간부도 동반사표를 낸다면 인사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여 검찰 최상부에 때아닌 '인사태풍'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차관은 이날 "절대로 돈을 받지 않았다"면서 현재 진행중인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물러나는 것이라고 사퇴이유를 밝혔지만 파문은 쉽게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노의원의 실명 공개를 계기로 검찰 전현직 간부들이 삼성으로부터 실제 금품을 받았는지를 수사 또는 감찰을 통해 밝히라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차관이 금품수수설을 전면 부인한 점도 '떡값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시민단체 등의 요구가 거세질 것임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대검은 그동안 감찰시효는 지났지만 진상규명 차원에서 전현직 검사들의 금품수수설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결과물을 제시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도 삼성의 정계, 법조계, 관계 로비설 등이 담긴 도청테이프의 내용을 근거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고있는 상태다. 따라서 검찰이 이번 김 차관 사퇴를 계기로 '떡값수수 의혹'을 규명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주목된다.
한편 삼성의 떡값제공 대상자로 X파일에 거론된 이들은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부인하면서 일부는 실명을 거론한 노회찬 의원에 대해 법적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97년 당시 서울지검 2차장이던 김진환 변호사는 "나는 삼성의 관리대상도 아니었고 돈 받은 적도 없다. 내 이름은 녹취록에 실명으로 등장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 의원이 면책특권을 악용해 무책임하게 질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서울지검장이던 안강민 변호사는 "절대로 돈받은 일이 없다. 노 의원을상대로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고, 당시 서울고검 차장이던 한부환 변호사는 "웃음만 나온다. 돈 10만원이라도 받았더라면 억울하지나 않을 것이다. 법적 대응이 필요한지 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진: 삼성'떡값'의혹 추궁하는 노회찬 의원-'안기부 X-파일' 녹취록 내용중 삼성으로부터 소위 '떡값'을 받았던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김상희 법무부 차관에게 관련 내용을 추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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