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전/사진작가 김원주씨의 '휴식'

먼바다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작은 고깃배들.

중국 광주시 부근 주해(珠海)의 한가로운 아침 풍경이다.

희미하게 아침 해무(海霧)도 끼어 더욱 고요한 느낌이다.

바닷가에 매어둔 배들처럼 고기잡이에 지친 어부들도 휴식을 취하는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삶도 지치면 휴식이 필요하고 그 충전으로 새로운 출어를 준비한다.

사노라면 많은 기회가 있다고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들이 속삭이는 것 같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조용히 기다리는 작은 고깃배들.

바람에 일렁이며 해안선을 어루만지는 작은 파도.

찰싹찰싹 귀여운 물결소리도 해변의 고요함과 대조를 이룬다.

이제 가을이 오면

더위에 찌들었던 작은 고깃배들도

꿈을 낚는 어부의 손길로 생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그 여름의 뜨거웠던 정열, 무척이나 덥고 습한 그 계절도 흘려보내고

지금은 은빛 물결 속에 복잡했던 갈등을 잠재우는 휴식의 시간.

여행길에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들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침바다의 차갑고 싱싱한 냄새에 이끌려 해변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먼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는 언제나 우리를 넉넉한 품으로 받아들인다.

작은 고깃배들이 제각기 누워 잠든 것처럼

저 바다에 누워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고요한 아침바다의 정적인 분위기에 취해 주변을 서성인다.

아침바다는 언제나 고요하지만 곧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제각기 힘차게 먼바다를 향해서 나아갈 것이다.

정(靜) 중 동(動).

고요함 속에 느껴지는 출발전의 충만함.

여행자는 바닷가에서 만난 작은 고깃배들의 휴식을 보고

새로운 삶의 생기를 얻는다.

글·사진 김원주

CONTAX645·f16·1/30·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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