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계 숨은이야기-(4)문화재보존처리

신안 앞바다 유물선 18년 걸려 복원

고고학계에선'가장 좋은 문화재 보존 방법은 아예 문화재 발굴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땅속 깊이 묻혀있던 유물이 공기 중 산소와 수분을 만나면 급속도로 훼손되기 때문이다.

문화재 발굴·처리 현장을 가보면 마치 실험실을 방불케 한다. 작은 돌 한 조각, 쇠붙이 하나에도 일련번호를 일일이 매기고 사진을 찍고 카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문화재를 발굴하고 정리하는 일은 여간 꼼꼼함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문화재 보존처리실은'고가의 정밀장비와 수백 종류의 화학약품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발굴 단계까지는 고고학자의 몫이지만 이를 보존처리하는 것은 이공계 계통의 전문가들 몫이다.

발굴현장에서 출토되는 유물은 철제, 금·은류, 목재류, 섬유 등 갖가지 생활용품이 뒤섞여 있다. 가장 많이 발굴되는 유물은 철제 유물. 발굴이 되면 일단 부식이 되는 원인부터 제거하고 부식을 막기 위해 표면을 코팅 처리한다. 금동 유물은 흠집이 나기 쉬워, 현미경을 보면서 정밀한 작업과정을 거친다.

최근엔 목재 유물 발굴도 활발해지고 있다. 예전엔 고분발굴이 많았지만 요즘엔 생활지 발굴이 많기 때문이다. 주로 저습지에서 발견되는 목재류는 상당히 약해진 상태. 이를 약재를 녹인 용액에 담가 강화처리를 거친다. 보존처리를 마친 후 최적의 온·습도를 맞춰 보관하는 것은 필수. 금속의 경우 22℃, 습도 45%, 목재는 22℃, 60~65%의 습도가 적당하다.

보존처리에 걸리는 시간은 유물의 특성과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목포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중국 신안선은 1981년부터 18년에 걸쳐 목재에서 염분을 제거하고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을 이용한 보존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반 유물은 수개월에서 수년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처럼 제때 보존처리 받을 수 있는 유물은 일부에 불과하다. 약 80%의 유물은 제때 처리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형편이다. 유물의 특성이 재료에 따라 워낙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국내 몇몇 국립박물관은 최근 분야에 따라 문화재처리 전문가를 두고 있다. 대구박물관은 목재 유물, 부여박물관은 석조와 금속, 제주박물관은 섬유, 경주박물관은 금속 및 복제 유물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하지만 발굴되는 유물에 비해 전문가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엔 한서대·용인대·중앙대 등에서 문화재보존과학과를 신설해 전문인력들이 배출되고 있어,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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