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뒤에 더 유명해진 사람은 고대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Caesar)가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는지…. 그는 평생의 꿈이 '황제'였으나 사후에야 그 칭호를 얻었다. 산모의 배를 절개해서 태아를 꺼내는 제왕절개 분만은 카이사르가 그렇게 태어났다는 데서 유래하는 모양이다. 현대의 역사가들은 이 설을 뒤엎고 로마법(카이사르의 법)에 임산부가 사망했을 때 태아를 뱃속에 둔 채 매장할 수 없게 돼 있어 복벽 절개가 행해진 데서 연유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살아 있는 산모의 제왕절개는 1610년 독일의 외과의사 트라우트만이 처음 시도한 것으로 전한다. 정상 분만이 불가능해 집도했으나 산모가 패혈증과 출혈로 25일 뒤 사망했다고 한다. 19세기 초반까지도 이 수술 뒤의 사망률은 75%나 됐으며,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태아를 일부러 사산시키기도 했다. 이 수술이 정상 분만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한 건 수술 기법과 항생제가 발달한 근대부터였다고 한다.
◇ 우리나라 제왕절개 분만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높은 38.1%라고 한다. 어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이같이 나타나 미국(27.6%)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으며, 영국(22%)'일본(20%)'프랑스(17.5%)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1999년에는 41.4%를 기록했으며, 해마다 조금씩 낮아지다가 최근 감소세가 주춤거리는 상태라지만 그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 심평원은 전체 산모 중 35세 이상의 고령자가 많은 게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그 비율이 2003년엔 9.7%였으나 지난해는 16.7%로 크게 늘어난 탓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진료비(건당 93만6천877원)가 자연분만의 2.1배나 되므로 산모보다는 의사들이 선호하고, 질 훼손을 기피하는 '사치성'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 출산의 고통은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한다. 우리 민요에 '남편의 상투를 잡고 애를 쓰다가 상투가 뽑혀야 아기가 나온다'는 말이 들어 있지 않은가. 산모들에게는 가혹한 얘기가 될지 모르지만 그런 고통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몸소 체험하면서 낳은 자식에게라야 진정한 모성애가 발휘되는 게 아닐까. 아직도 제왕절개는 흡인성 폐렴 등 각종 후유증을 유발한다고 하지 않는가. 여성들도 그렇지만 의료 기관의 각성이 요구된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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