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휴진 움직임을 보이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약대 학제를 2+4 체제의 6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론 교육과 함께 실무 수행 능력을 키워 약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의'약 부분이 아니라도 모든 학제 개편은 시대적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 이해 당사자의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의료 기술을 비롯, 과학 전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이 진행 중인 오늘의 상황에서 약사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정부의 취지는 타당성이 없지 않다. 선진 학제를 요구하며 6년제를 찬성하는 약사 측은 현행 4년제로는 신약이 쏟아지는 현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올바르고 정확한 복약 지도를 하려면 6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우리 제약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약의 기초와 원리에 대한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약대 6년제가 결국 치료 영역의 침범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며 극력 반대다. 약사들이 기초적인 진료 행위에 진출하려는 포석이라고 반발한다. 치료 영역 침범으로 인한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내세우기도 한다. 의료비 부담 증가도 반대 이유다. '진단은 의사가 하며, 약사는 처방에 의한 약품 취급을 한다'는 의약 분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료계의 불만이 약대 개편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의사와 약사의 갈등 양상은 양측 주장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겐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진다. 학제 개편에 대한 홍보 미흡 때문이다. 예비 약사들을 지금보다 더 가르쳐야 하는 이유와 그에 따른 국민적 이익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국민들은 의사와 약사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의사와 약사들의 지나친 경쟁도 한 원인이다.
의사나 약사 모두 직업인이다. 당연히 자신의 일이 침해받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나 직업인의 권리에 못잖은 공적인 의무가 있다. 환자를 치료하고 아픔과 고통을 달래주는 책임을 지고 있다. 누구나 아프면 병원과 약국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밥그릇 싸움이나 한다는 불신과 비난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약대 학제 개편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개편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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