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국, 우리가 측량한다."
19일 밤 10시 대구과학대 본관 앞. 17~19일 금강산 측량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대구과학대 측지정보과(학과장 김석종) 학생 23명이 측량탐사 마무리 모임을 하고 있었다.
학생대표 황창욱씨(2년)는 "이번에는 백두산, 금강산만 측량탐사를 했지만 앞으로 북한 곳곳을 측량해 '측량통일'도 우리 손으로 이룩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이 학과는 최근 백두산 천지를 국내 최초로 측량했다. 학생들은 지난해 7, 8월 날씨 때문에 두 차례나 실패하고 세 번째 도전 끝에 성공한 것. 실측 결과에 따르면 천지의 가장 긴 구간은 중국 쪽 '천지(天池) 비석'이 있는 평지에서 촛대바위까지가 2천496.22m로 측량됐다. 또 바위봉까지는 1천879.66m, 천지 삼각점까지는 1천996.22m로 조사됐다. 그러나 미국이 적대국으로 반입을 금지시킨 GPS(위성항법장치)를 들여가지 못해 고도측정은 하지 못했다.
북한 탐사를 주도하고 있는 이 학과 김석종 교수(산학협력단장)는 "최고봉인 장군봉을 기준으로 백두산 높이가 우리 교과서에는 2천744m(일본이 1944년 측량한 기록), 중국은 2천749m, 북한은 2천750m로 민족혼의 상징인 백두산 높이가 다 다른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며 "다음 목표는 이를 바로 잡는 일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측지정보과 학생들은 19일 끝난 금강산 측량탐사에서는 측량목표를 100% 달성하지는 못했다. 북측이 측량결과가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 측량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감시를 했기 때문.
측량에 참여한 박미해(2년)양은 "큰 기대를 하고 갔는데 목표를 온전히 달성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백두산, 금강산 등 상당수 북한 지역이 측량오류로 국가마다 기준이 다른데 이를 바로잡는 일을 하고 싶다"고 측량학도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대구과학대 측지정보과는 북한과 3년 전부터 교류하면서 측량분야의 남북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김석종 학과장은 3년 전 북한 김책공대 관계자와 10여 차례 만나면서 통일에 대비, 북한의 측량·건설분야 인력양성과 북한지역 측량을 위한 기초 조사를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북한에 거리와 각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테오도라이프 등 측량장비를 제공하고 올해부터 이 학과에 북한토지론을 개설, 북한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또 공동교재를 개발하고 학회·세미나를 함께 열기로 합의해 남북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다. 대구과학대 측지정보과가 측량분야에서 남북교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장비와 시설, 학과 운영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4년제 대학에서도 1대뿐인 GPS장비가 5대나 있고 영남권 GIS(지리정보시스템) 거점대학, 측량 최우수기관 대통령상, 교육인적자원부의 최우수학과 선정 등 실력과 경쟁력을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지형 분석·조사 필요성에 남북한이 공감하고 있는 것은 측량이 통일 후의 각종 경제활동에 기초가 되기 때문으로 북한땅을 하나씩 측량하는 것은 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사진: 1.대구과학대 측지정보과 학생들의 최근 백두산 천지에서 측량한 기록. 천지는 중국 쪽에서 촛대바위까지가 2천496.22m로 가장 긴 구간으로 실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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