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 신나는 우리 동네 라디오방송"

성서공동체FM 22일 개국

소출력 공동체라디오 방송 '성서공동체 FM'(89.1㎒)이 22일 전국 최초로 개국했다. 지난 5월 시험방송을 시작한 지 100여 일 만이다. 대구 달서구 신당동 성서빌딩 5층에 위치한 방송국은 10평 남짓한 공간에 2개의 방송스튜디오와 주조정실, 방송 장비실, 편집실 등이 꽉 들어차 있다. 이날 오후 1평 남짓한 스튜디오에서는 개국 특집 방송으로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미래'를 주제로 한 정책대담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소출력 라디오 방송은 FM 주파수(88∼108㎒) 대역에서 작은 출력(1W)을 이용, 제한된 지역에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비영리 지역밀착형 방송. 전파 수신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방송사로부터 반경 5㎞ 내외에서만 들을 수 있다. 성서공동체 FM의 경우 대구 달서구 신당동, 이곡 1·2동 주민들과 성서공단 노동자들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

성서공동체 FM은 전국 8개 시범 사업자 중 가장 특색있는 방송이다. 10만여 명의 성서 주민을 대상으로 하되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 특히 5천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 전체 자원봉사자 중 30% 이상을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이유다. 아시아 주간뉴스 DJ 겸 PD로 활동하고 있는 슈먼(30·방글라데시)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국에서 유행하는 노래와 뉴스, 한국어 등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한국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성서공동체 FM은 매일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11시간 동안 7개 프로그램을 송출한다. 노동자 뉴스와 콩트, 영화 소개 등을 들려주는 '89.1㎒ 여기는 성서공동체 FM'과 민중가요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삶의 노래, 자유의 노래',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네 소식과 정보를 전해주는 '야! 3시다. 신나는 라디오'가 잇달아 전파를 탄다. 특히 누구나 자신의 사연을 소개하고 노래를 선곡, 방송할 수 있는 열린 공간 '나도 DJ'와 스리랑카·중국·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파키스탄·네팔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각 국가별로 출연해 본국의 소식을 들려주는 '아시아 주간뉴스'와 이들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도와주는 '어떻게 하우(HOW)' 등도 관심의 대상이다.

성서공동체 FM의 추력은 자원봉사자들이다. 85명의 전체 인력 중 상근 직원은 정수경 대표를 포함한 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백은 모두 주부, 학원강사, 학생, 현장 노동자, 독립영화감독, 화물차 운전기사 등 다양한 자원봉사자로 메워진다. 매일 오후 1시부터 '삶의 노래, 자유의 노래'라는 가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정원(25·여)씨는 "라디오 방송의 DJ를 꿈꿔오던 제게 성서공동체 FM은 구름같던 꿈을 빗줄기로 만들어 준 소중한 공간"이라며 "특별한 자격이나 능력이 없어도 의지만 있다면 방송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방송에 돌입한 성서공동체 FM의 고민은 역시 열악한 재정. 소출력 라디오의 경우 상업적인 광고를 하거나 자치단체, 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운영비 전액이 방송위원회의 지원금과 후원금, 협찬금을 통해 마련된다. 방송장비와 설비를 구축하는데 들어간 비용만 1억3천만 원. 이 가운데 방송위 지원금인 6천250만 원을 제외한 전액이 후원을 통해 마련됐다.

인건비와 프로그램 제작비를 제외하고도 월 500만~600만 원이 들어가는 운영비도 큰 부담이다. 정수경 성서공동체 FM 이사장은 "이주노동자나 장애인과 같은 소외 계층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는 매체가 생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재정적으로 협찬과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후원회를 조직해 도움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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