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부품산업의 태동지인 경주 용강공단이 조성 20여 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경주시가 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용강공단을 주거지로 전환하는 대신 기존 업체들은 새로 조성되는 천북과 외동읍의 산업단지로의 이전을 유도하는 도시계획 정비사업을 추진중이기 때문이다.
◇공장 이전 추진 배경은?
경주도심 최대 주택단지인 황성·용강동 사이에 있는 용강공단의 입주업체는 70개 가량. 이들 가운데 10개 가량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동차 부품업체들이고 주로 현대·기아차의 1, 2, 3차 밴드를 이루는 협력·하청사들이다. 용강공단에는 발레오만도전장시스템코리아(옛 만도), 일진베어링, 광진상공, 에코플라스틱, 명신산업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부품업체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있다.
경주시는 용강공단이 도심 주택단지 한 가운데 자리잡으면서 미관을 해치고 주거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공단지역을 주거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 관계자는 "1차로 지난 2002년 용강준공업지역 가운데 미개발지 20만 평 가량을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한데 이어 지난해부터 구획정리 사업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시는 또 내년 도시계획 재정비를 통해 공단내 일부 택지지역을 오는 2007년쯤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키로 하는 등 '도심 주택지, 외곽 공단'이라는 큰 틀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경주시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초기 공단 조성부터 지금까지 도시조성이 중구난방으로 무질서하게 진행되면서 업체와 주민 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는 공단업체가 먼저 들어섰지만 이후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주민들이 공해와 교통불편 등을 이유로 집단민원을 제기,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게 경주시 관계자의 설명.
마침 경주 외동과 천북면에 새로운 지방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어 공장을 이들 신설 공단으로 이전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시는 내다보고 있다.
◇땅값이 관건, 업체들은 신중론
관건은 땅값이다. 시가 예상하는 공단지역의 현시점 기준 평당 평균 지가는 120만원 선. 그러나 업체는 최소 200만 원 정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현재의 공장을 팔고 새 공장을 짓기까지 기본적인 수지타산이 서야 하고 이럴 경우 기존 공장부지는 최소 200만 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땅을 사서 이 곳을 아파트를 지을 건설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주지역의 다른 곳과 달리 유물 나올 걱정이 없는 용강공단 지역은 아파트 업체로서는 군침이 도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분양가 등을 고려 할 때 평당 부지가가 150만 원을 넘으면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신경전을 펴고 있다.
용강공단 외곽지 이전을 추진하는 경주시 관계자들이 말 못하고 걱정하는 대목은 '공장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면 어떻게 하나'이다. 일부 업체들이 공단해체 이야기가 나오자 "이왕 공장을 이전할 바엔 더 좋은 지역이 없는지 알아봐야 겠다"며 공장을 완전 타지역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뜻을 비치고 있는 것.
경주의 입장에서는 업체들이 먼 지역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애써 자위하고 있지만 꺼림칙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시는 앞으로 업체들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공단업체와 경주시, 안정되고 깨끗한 주거환경을 원하는 주민들이 모두 '윈-윈'하는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뜻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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