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갈팡질팡..."
20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2호선 대실역 화재 현장은 혼란의 연속이었다.대실역 주변의 지하수가 모이는 집수정 수중펌프는 배전반 화재로 가동을 멈추자 철로 100여m 주변에는 솟아오르는 지하수로 인해 물바다가 됐다. 지하철건설본부측은 예비전력을 어디서 끌어올 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고 지하철 시운전도 장시간 중단됐다. 배전반 한개가 타버린 자그마한 화재에도 불구하고 2호선 전체가 마비될 정도로 사고에 취약한 것이 대구지하철의 현주소였다. 사고 대비책도 없었고 수습 과정도 더디기 짝이 없었다.
▲사고 수습과정
"물이 계속 차 오르는데 농업용 호스라도 사와야겠습니다." "준비해둔 것 없어요? 전기는 어디서 끌어옵니까?"
20일 오전 10시쯤 화재현장. 수중펌프가 멈추자 철로변은 물바다로 변했다. 경찰서에서 나온 화재감식반은 배전반 주위에서 화인을 조사하고 있었고, 지하철건설본부 관계자들은 차오르는 물을 어찌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3단계 예비전력이 모인 배전반이 한꺼번에 불에 타자 전기를 공급할 곳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수중펌프가 멈추자 비로 불어난 지하수는 평소보다 많이 모여 철로변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오전 11시30분쯤 지상에서 내려보낸 전선 2가닥이 지하로 내려왔다. 관계자들이 "어! 어!"하면서 놀라자 건설본부 관계자들이 물에 닿일듯 말듯했던 전선가닥을 어렵게 붙잡고 물을 피해 곡예질하듯 펌프가 있는 집수정쪽으로 옮겼다.
"전선을 내려보낸다는 신호를 해야지! 하마터면 물에 닿여 못 쓸 뻔 했잖아!", "감전이라도 당했으면 어쩔 뻔 했어."
관계자들의 핀잔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건설본부 직원들이 철로변에 고인 물에 손을 씻는 등 물 쪽에서 벗어나 대기하라는 위험성 경고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건설본부측은 '위험특고압전선류'라고 적힌 함 위에 비상용 전화기 2대를 설치했는데 물을 피해 다니던 직원들이 몇 차례 떨어뜨리기도 했다.
지하철 관계자들도 "개통 후에 이런 화재가 났다면 어쩔 뻔 했느냐"며 "정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탄식했다. 지하철건설본부 관계자는 "예비전력이 결집된 배전반이 전부 불에 타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정확한 화재원인을 파악하는대로 제품 문제인지, 전선 연결 문제인지, 폭우로 배전반이 과열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 비슷한 사고가 재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피해복구 및 후속대책
"인명피해 없음, 소방서추산 재산피해액 800여만 원, 진화시간 30여분."
외형상으로는 큰 화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하철 2호선 영업시운전 마지막단계인 3단계 운행이 전면적으로 멈춰버렸다. 3단계 운영은 승객만 없을 뿐 개통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시간대로 운영되는 최종점검 단계다.
화재가 개통 후 발생했다면 2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발을 하루종일 묶어놓았뻔 했다. 1995년 상인동 가스폭발, 2003년 중앙로역 대참사 등 시민들에게 원죄를 지고 있는 대구지하철은 또다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하철 건설본부 및 공사 직원들은 12시 40여분쯤 펌프를 가동시켜 선로에 고인 물을 퍼냈으며 사고발생 8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4시30분쯤에야 영업시운전을 재개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2호선 개통을 앞두고 무엇보다 '안전'에 가장 큰 주안점을 뒀는데 사고가 나게 돼 죄스럽다"며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고 완벽한 개통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하철은 2년전 5월 2호선 반월당역 지하공간 개발현장에서 화재가 발생, 4천700여만 원의 재산피해를 냈으며 지난해 4월에도 1호선 방촌역 변전실에서 불이 나 전동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 경찰 감식반원들이 20일 대구지하철 2호선 대실역과 강창역 사이에서 발생한 배전반 화재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