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금연 금주

남자라면 술'담배는 할 줄 알아야 인정받던 시대가 있었다. 술'담배를 못하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졸장부 대접을 받기 일쑤였다. 취하지 않고 헤어지는 만남은 신통찮은 관계를 의미했다. 호방한 대장부가 되기 위해선 말술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평을 받아야 했다. 비행기는 물론 시내버스에서도 담배를 피워 물던 장면은 불과 30년도 채 안 된 시절의 일이다.

◇ 남성의 최대 기호품으로 인정받던 술'담배가 어느 틈엔가 천덕꾸러기로 홀대받고 있다. 가족 위주의 생활이 강조되고 누구에게나 건강이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부터다. 돈과 시간은 물론 가족의 단란함과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술이 꼽히고 담배는 백해무익의 해악이 됐다. 사회 곳곳에서 폭탄주 추방 운동이 벌어지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은 아예 사라지고 있다. 친구가 되려면 담배부터 끊으라고 한다.

◇ 유통업계 최고 경영자의 상당수가 비주류(非酒流)라는 소식이 들린다. 어느 직종보다 접대받고 접대할 일이 많은 유통업계 경영자들이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절제한다고 한다. 술 실력이 있어야 출세한다는 등식은 이미 사라졌다고도 한다. 휴일에도 현장을 챙겨야 하는 데 따른 체력 관리와 술자리로 인한 의외의 실수나 구설수를 피하겠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위로 올라갈수록 비주류가 많은 사회 흐름에 유통업계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 '담배 일발 장전'이란 휴식 구호가 군대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금연운동 차원에서 장병들에게 담배 지급을 중단할 계획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대가 흡연 수험생에게 입학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제도 도입은 포기했다. 입학 전에는 비흡연자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실효성을 낮게 했다.

◇ 흡연자들의 설자리가 없어진다. 얼마 후 개방될 청계천 산책길에서 금연을 의무화하는 방안까지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금연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담뱃값은 아무 저항 없이 수직으로 올라가고 금연 경고문은 흡연자를 죄인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술과 담배를 기호품으로 즐기는 이는 여전히 많다. 다만 술'담배가 당당한 기호품에서 천덕꾸러기로 급변한 상황에 당황한다. 주류, 흡연자에 대한 충격 완화 시스템도 필요하지 않을까.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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