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20일 오전 8시 20분쯤 사회부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지하철에 불 났어요! 검은 연기가 막 올라오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빨리 좀 와보세요!"
사진부 기자가 현장으로 먼저 출발했고 기자는 대구소방본부, 달서소방서, 지하철공사, 지하철건설본부 등 관계기관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지하철공사 측은 "불이 아니고 연기만 났다"고 했다.
오전 9시쯤 도착한 화재현장. 달성경찰서 화재감식반이 배전반 주위에서 누전발생 지점을 확인하고 있었다. 지하철공사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배전반의 용도를 묻자 대뜸 "어디서 나오셨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기자'라고 답하니 "큰 불도 아닌데 여기까지 왔네요. 별 일도 아닌데…"라며 자리를 떴다.
사진부 기자가 현장을 찍으려하자 공사 직원들이 나와 카메라 렌즈 앞을 가로막았다. "사진 찍으면 안됩니다. 나가세요!", "감식중이니까 찍지 마세요!" 관계자들은 무조건 안된다며 취재를 방해했다.
취재중 공사 직원, 공무원 등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별 것 아니다"는 짜증섞인 대답이었다. 큰 불도 아니고, 인명피해도 없었을 뿐더러, 개통도 안한 지하철 2호선 화재가 무슨 대수냐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아침 시간 지하철 환기구에서 뭉게 뭉게 올라오는 시꺼먼 연기를 본 시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들은 지난 2003년 2월 340여 명의 사상자를 냈던 지하철 참사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번 사고가 2호선 개통 후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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