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 헌법안 의회 제출과 처리 전망

이라크 헌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제헌의회에넘겨짐으로써 이라크가 완벽한 주권국가로 가는 중요한 고비를 또 한차례 넘어섰다. 그러나 제헌의회 출범 후 5개월여의 진통 끝에 모습을 드러낸 헌법안이 이라크제 정파의 동의를 받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여서 불안정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헌법안은 1차 연장 시한인 22일 자정을 5분 가량 앞두고 헌법초안위원회에서 제헌의회 전체회의로 이송됐지만 표결은 미뤄졌다. 쟁점타결을 시도할 시간을 더 벌기위해서다.

◇'반쪽' 합의로 제출된 헌법안 = 제헌의회를 장악한 양대 세력인 시아파 아랍족과 수니파 쿠르드족은 쟁점사항에 합의했지만 제3의 세력인 수니파 아랍족은 끝내합의대열에 동참하지 않았다.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1차 연장 시한인 22일 자정(현지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수니파와 타협을 시도했지만 연방제 등 핵심쟁점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수니파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헌법안을 275명으로 구성된 제헌의회에 넘겼다.

◇막판 타협 시도 후 표결 강행 전망 = 지난 1월 수니파의 총선 참여 거부로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장악한 제헌의회가 표결을 강행하면 헌법안을 어렵지 않게 승인할 수 있다. 제헌의회 의원 275명중 78%가 넘는 215명이 시아파와 쿠르드족이다. 그러나 하짐 알-하사니 제헌의회 의장은 헌법안 제출을 데드라인에 맞추면서 표결을 바로 실시하지 않고 사흘 뒤로 미루는 묘안을 짜냈다.

헌법안에 동의하지 않는 수니파를 달랠 시간을 벌겠다는 궁여지책인 것이다. 그만큼 수니파의 동의는 헌법안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시아파와 쿠르드족 및 이라크 전후 안정화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은 최종 표결때까지 합의안을 조율하기 위한 막후 접촉을 계속할 전망이다.

막후 접촉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는 길만이 의회에 어렵사리 제출된 영구헌법안을 끝까지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파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헌법안은 국민투표에 그대로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면 제헌의회는 곧바로 해산하고 제헌의회를다시 구성하는 총선이 치러진다. 이렇게 되면 이라크 국민들의 주권국가 만들기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돼 이라크는 더 큰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캐스팅 보트 쥔 수니파 = 이제 관심의 초점은 이 헌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해확정될 수 있느냐 여부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임시헌법인 과도행정법은 제헌의회가 만든 영구 헌법안이 올 10 월15일 이전 실시하는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2천500만으로 추산되는 이라크 인구 구성비는 중남부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시아파 아랍족 60%, 중서북부 지역의 수니파 아랍족 15∼20%, 북동부의 수니파 쿠르드족 15%, 기타 5∼10%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인구 구성비로만 본다면 시아파 아랍족과 쿠르드족이 전체 인구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해 국민투표에서 영구헌법안을 쉽게 가결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바로 전국 18개주(州) 가운데 3개주 주민의 3 분의2 이상이 영구헌법안을 반대할 경우 부결되도록 한 비토(거부권)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사담 후세인 정권 축출을 위한 협력을 아끼지 않아 미국의 지지를 받아온 쿠르드족에게 불리한 내용이 헌법안에 담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견제장치로애초 고안된 것이었다. 즉 아르빌, 술라이마니야, 도후크 등 북부 3개주를 장악한 쿠르드족이 힘을 모으면 헌법안을 무산시킬 수 있음을 아랍족에게 주지시키는 장치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수니 아랍족의 최대 무기로 변했다. 이라크 전쟁후 주류에 저항하는 계층으로 처지가 바뀐 수니 아랍족은 인구 분포면에서 저항세력의 중심지인 알-안바르주와 니네베주, 그리고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살라후딘)주 등 최소 3개주를 장악하고 있다. 수니 아랍족이 힘을 모으면 영구헌법안은 한순간에 폐기될 운명인 것이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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