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NN앵커 뺨치는 초교 4년생 앵커대회 1등 이혜진 양

"Dogs can't be thrown out because they're men's best friend.(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이기 때문에 (함부로) 버려져서는 안 됩니다)"

혜진(11'대구 달서구 대곡동)이는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서슴없이 영어를 줄줄 읊어댔다. 지난달 말 시사영어사에서 주최한 전국영어앵커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이혜진양. 술술 굴러가는 발음에다 똑 부러지는 억양까지 미국 CNN 앵커를 연상하게 만드는 솜씨였다. 어쩌면 이렇게 잘도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된 건지 엄마 전병애(38)씨에게 들어봤다.

▲나도 영어 앵커

"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영어앵커대회에서 버려지는 개와 주5일제 수업에 대한 발표로 3'4학년부 1등을 차지한 혜진이. 혜진이는 "CNN뉴스를 녹화해 놓고 앵커 특유의 액센트를 흉내 내는 연습을 하고,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지 않게 시선을 처리하는 연습까지 했다"며 "따라하는 것을 좋아해 억양은 쉽지 않게 익혔지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말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혜진이가 영어 앵커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은 엄마의 권유 때문. 전씨는 "외국인과 거리낌없이 유머를 주고받고 수수께끼 놀이를 할 정도로 영어에 능숙한 혜진이였지만 성취감 같은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작문에서부터 말하기,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감을 갖는 법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이렇게 혜진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된 것은 억지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엄마의 학습법 덕분이다. 전씨는 "영어 공부를 시키더라도 아이가 싫은 기색을 보이면 더 이상 다그치지 않는다"며 "아이가 가장 흥미를 보이는 것부터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빨려들도록 했다"고 말했다. 혜진이의 경우에는 디즈니 동화의 아기코끼리 '점보' 캐릭터가 큰 공을 세웠다. 코끼리 그림을 보기 위해 영어 동화책을 끼고 살았고, 자연스레 그 속의 영어 단어들과 친해지게 된 것. 동생 수범(8)이는 자동차나 비행기에 굉장한 관심을 보여 현재 각종 자동차 그림책 등을 통해 영어를 익히고 있다.

▲해리포터로 시작한 판타지 소설

혜진이가 가장 열광하는 것은 해리포터 시리즈. 영어로 된 원서와 비디오'오디오 테이프까지 해리포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혜진이의 보물 1호다. 전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해리포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낮에는 책과 영화를 보도록 하고, 밤에는 귀를 틔워주기 위해 오디오북을 틀어줬다"며 "동화 줄거리에 따라 꿈을 꿀 정도로 열심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장을 통째로 줄줄 외울 정도가 됐다"고 했다.

해리포터에 푹 빠져들다 보니 최근에는 아예 판타지 소설을 영어로 쓰고 있는 중이다. 소설의 제목은 'The night or war'. 독일 나치시대를 배경으로 산드라 네스코우(Sandra Nescow)라는 열두 살 유대인 여자 주인공이 아우슈비츠에서 아빠를 잃은 뒤 역경을 헤쳐나가는 줄거리다. 혜진이는 "늘 소설 쓰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영감이 떠오를 때만 조금씩 써내려가고 있다"며 "내 아이디어를 영어로 써 본다는 사실이 재미있어 영어 소설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영어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

혜진이는 빛나는 눈망울만큼 반짝이는 많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또래 아이들처럼 막연한 희망사항으로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모델 인물까지 맘 속에 간직해 두고 한발한발 다가가고 있다. "김경림 튀니지 대사 같은 멋진 여자 외교관도 되고 싶고, 찰스 다윈이나 황우석 박사 같은 생물학자도 되고 싶어요. 또 이번 대회를 계기로 소피아 최 같은 CNN앵커가 되고 싶은 욕심도 생겼어요."

현재 혜진이에게 가장 가능성이 큰 분야는 생물학자다. 집에서 이구아나와 거북이, 방아깨비, 우렁이 등을 키울 정도로 동물과 곤충에 관심이 많고, 각종 생물백과를 섭렵할 정도로 책읽기도 열심이기 때문.

혜진이는 "단지 영어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더 나은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영어가 뒷받침되면 세계적인 생물학자가 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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