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효목도서관 강좌 초등학생 '주제별 독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 선보이는 책은 3만7천여 권.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종류도 다양해 분야별로 좋은 책을 가려내고 올바로 소화시키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게 마련이다. 이에 효목도서관은 올해 새로운 책읽기를 시도했다. 매년 방학마다 열리는 독서강좌를 '주제별'로 나눠 실시한 것. 우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그 시기에 꼭 필요한 과학, 역사 독서 수업을 마련했다. 흥미와 호기심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과학은 저학년, 과거 사실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필요한 역사는 고학년을 대상으로 했다. 주제별로 골라 읽는 독서법에 대해 들어봤다.

▲역사책 제대로 읽기

"첨성대는 천문 관측용으로 만든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여러 가지 다른 가설들도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어요. 첨성대의 다른 용도를 한번 생각해 볼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대답이 쏟아졌다."도자기 굽는 가마요.", "도자기를 굽기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어 힘들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죄인을 가둬놓는 감옥이 아니었을까요?"

지난 18일 오전 효목도서관 1층 강의실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생 30여 명이 한창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학생들은 책 속의 첨성대 사진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왜 만들었고 어떤 용도로 사용됐을까를 골똘히 생각했다.

이 수업 시간의 이름은 '주제별 역사도서 읽기'.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곱씹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수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사건 하나를 볼 때도 왜 그런 일이 발생했으며,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까지, 사건을 중심으로 과거-미래의 고리를 연결하는 시각을 열어주는 것. 첨성대의 용도를 유추하는 데도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현재와 연결시켜 합당한 근거를 들어가며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하도록 했다.

▲과학책과 친구하기

이에 비해 오전에 열린 '주제별 과학도서 읽기' 수업은 책 읽는 방법이 조금 달랐다. 초등학교 2,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책 읽기 수업은 하늘의 별, 사람의 눈, 전기의 쓰임, 발명품의 양면성, 환경과 인간과의 관계 등에 대한 지식을 알게 하고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과학 수업을 맡은 이수정 강사는 한국독서교육개발원에서 선정한 필독서 168권 중 과학 책 5권만을 추려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즉각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호기심을 강하게 표출하는 시기"라며 "이 시기에 과학 도서를 읽게 되면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상상력을 한층 더 키워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릴 때는 곧잘 과학 책을 읽던 아이들도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기 일쑤다. 어렵고 따분한 공부로만 받아들이게 되는 것. 이씨는 "이렇게 바뀌는데는 엄마들의 실수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자꾸 아이가 내용을 암기했는지를 확인하려 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이 되면 과학책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학은 실생활과 연관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책으로 본 내용을 현실 속에서 찾아보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독후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역사'과학책 고르기

책을 읽기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의 성향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만화로 만들어져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만화책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만화에만 익숙해져 줄글 책을 멀리하게 될 위험도 크다.

이임화(역사) 강사는 "아이가 조른다고 무턱대고 역사 만화를 손에 쥐어주기보다 글과 그림, 사진, 만화 등이 적절히 조합된 쉬운 줄글 책을 골라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만화의 폐해에 대한 독서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요즘 서점가에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골고루 조합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만들어진 책들이 다양하다는 것. 그는 "가령 고구려 벽화에 관한 내용이라면 최근 보도된 고구려 벽화 도난 사건 등을 통해 보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이는 식으로 현재와 연결시켜 구성한 책이 좋다"며 "역사적 사실을 나열한 책보다는 역사 속의 문화사, 과학사, 인물사 등으로 구성한 책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그림보다는 풍부한 사진 자료와 상세한 설명이 있는 책, 어려운 한자어보다는 쉬운 우리말로 풀이된 책이 좋다고 덧붙였다.

과학책을 고를 때는 과학을 얼마나 흥미롭게 우리 생활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이수정 강사는 "그림보다 사진을 통해 이해를 돕는 책, 복잡한 원리를 쉽게 풀어 이해시킨 뒤 현실에 적용하는 사례를 많이 보여주는 책이 좋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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