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기자단'동요 60년사'취재/'고승하표' 동요는

고승하 선생이 이끄는 아름나라 예술단의 노래 공연은 어딘지 어설프다. 아이들의 몸짓도, 노래도, 박자도 틀린 부분이 많다. 세련된 공연문화에 익숙한 관객들이 본다면 틀림없이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러나 고승하 선생의 공연은 서툰 동작에 혀를 차다간 노래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어색함에 집착하다간 공연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

고승하 선생이 작곡한 동요는 노랫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린이들의 진솔한 생각과 행동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른들의 고급 지향적인 치장과 도덕적인 잣대가 개입되지 않은 어린이들의 모습 그대로가 담겨 있다.

'누나가/오늘 소풍을 갔다/내 도시락에는/김밥이 들어 있다/한 시간 째도 먹고 싶고/두 시간 째도 먹고 싶고/세 시간 네 시간/꼴깍 꼴깍/고마 미치겠다/누나가 오늘 소풍 간 덕에/점심시간에 맛있게 먹었다.' 어린이의 글에 곡을 붙인 '김밥'을 들어보면 김밥을 먹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꼴깍 꼴깍' 군침이 넘어갈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다. 사투리도 그대로 전달되어 더 정겹게 들린다.

고승하 선생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깃든 평화와 생명과 자유를 용케 찾아낸다. 아이들의 흰 도화지 같은 텃밭엔 '벌레가족'과 같은 생각들이 늘 자라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쓴 '벌레가족'엔 '추석이 다가오자 엄마가 밤 껍질을 까는데, 밤 속에서 작고 하얀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다. 아이는 그 벌레를 휴지에 싸서 버린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그 밤에서 큰 벌레 두 마리가 나온 것을 보고 아이는 그 큰 벌레를 '가족이라 생각하고 보내'준다는 내용이 있다. 아이들의 대수롭지 않은 생각들에서 많은 것을 끄집어낸다.

현실 속에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도 고승하식 동요들이다. '목욕탕'이란 노래를 들어보자. '아버지랑 목욕탕엘 갔다/으악 사람 살려/때를 미는 게 아니라 살 껍데기를 벗긴다/이제부터 나 혼자 간다/아버지랑 다시 안 간다.' 초등학교 1학년생이 쓴 글 속엔 아이의 고통이 비명과 함께 담겨 있다. 내용 전달을 위해서는 형식이 파괴된다. 아이들의 약한 피부를 어른들이 빡빡 밀 때 터져 나오는 비명 그대로가 노래 속에 묻어나온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작사 작곡한 동요에서 느끼지 못하는 아이만의 생각들이 꿈틀댄다. 그의 동요를 듣다보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고승하표 동요 공연을 보려면 있는 그대로 보이는 눈 외에 여유로운 마음의 눈을 하나 더 열어둬야 한다.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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