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전국을 찾아다니며 라디오·녹음기·음반 등을 모아 온 소리통 수집광 이정만(53)씨.
상주시 청리면 덕산리 이씨가 운영하고 있는 '청리송어 양식장' 옆 주택에는 녹음기를 비롯해 라디오·스피커·축음기·영사기·각종 음반 등 음향기기 1천여 점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마치 국내 소리역사 박물관을 보는 듯하다.
이곳에 보관되고 있는 음향기기들은 대부분 이씨의 손을 통해 수리돼 제대로 소리를 내고 있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방식의 라디오와 전자식(코일필드 타입)과 스피커, 교환식·다이얼식 전화기, 흑백TV, 축음기, 야외전축 등 소리 변천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것들이다.
이씨가 다섯 살 되던 해에 마을 옆집 아저씨가 월남전에서 돌아오면서 가지고 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면서부터 이씨의 소리찾기는 시작됐다. 음향기기 등을 사기 위해서 전국 전파사와 골동품 가게를 누볐다.
이씨는 1979년 서울 청계천4가에서 본 미국산 마란츠 앰프를 갖고픈 마음 때문에 부인 김인우(46)씨의 결혼 패물을 몽땅 내다 팔아 65만 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이씨는 "당시 가진 돈이 20만 원밖에 없어 회사에 가불을 하려했으나 집 사람이 선뜻 패물을 내놓았다"며 "수십 년간 고마운 생각만 갖고 있다가 몇 해 전에 사과농사를 지어 패물들을 새로 마련해 주었다"고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30여 년간 그가 모은 음향기기들은 대부분 국내·외에서 이미 사라져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씨는 "내가 사서 보관하지 않으면 없어지겠구나"하는 안타까움 때문에 음향기 수집에 몰두해 오고 있다고 했다.
이씨에 의해 되살아난 물건들은 라디오나 녹음기 말고도 영사기·흑백TV·시계·풍금 등 다양하다. 이씨가 소장한 5천여 장의 음반 중 1960년대 신향음반제작소가 낸 '육성으로 듣는 역사의 증언 대한민국 20년'은 해방 이후 이승만 대통령 하야사건과 신익희선생 국민장영결식 등 중요사건을 육성으로 고스란히 담아놓은 것이다.
이씨의 양어장 마당 한쪽에는 20년째 운행되고 있는 자동차 포니 픽업이 세워져 있다. 이씨는 "소리 역사 전시장을 조성하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사진 : 소리통 수집광 이정만씨가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음향기 중에서 가장 오래된 1920년대 미국산 바이킹 라디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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