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 인 굿 컴퍼니

잘 나가는 잡지 스포츠아메리카의 광고이사 댄(데니스 퀘이드 분)이 기업합병으로 인해 졸지에 강등된다. 더 끔찍한 것은 그의 상사로 겨우 스물여섯 먹은 햇병아리 카터가 부임한다는 것. 모기업으로부터 잡지사 구조조정의 명을 받은 카터(토퍼 그레이스)는 댄을 오른팔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댄은 그런 카터가 못마땅하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댄의 금쪽 같은 큰딸 알렉스(스칼렛 요한슨)와 카터가 댄 몰래 데이트를 시작한다. 댄은 돋보기 없이는 서류를 읽지 못하는 신세지만 직장에서 기막힌 꼴을 당해도 보란듯이 사표를 던지고 나오지 못한다. 딸의 대학 등록금이 필요하고, 곧 태어날 늦둥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카터가 행복한 것도 아니다. 잡지사 최연소 이사가 됐지만 그는 일에만 파묻혀 지내다 결혼 7개월 만에 이혼당하고 만다. 그런 그에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댄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알렉스도 고민은 있다. 애써 준비해 뉴욕대에 편입했지만 비싼 등록금 때문에 늘 부모에게 빚을 진 느낌이다. 성인이 된 지금 자유롭게 연애하고 싶지만 아빠가 카터와의 교제 사실에 노발대발하자 한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어바웃 어 보이'의 폴 웨이츠 감독은 사랑과 일에서 위기에 봉착한 세 남녀의 모습을 크게 참견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냈다. 충분히 보다 극적으로, 보다 유머러스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은 대단히 허무하고 맥빠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잔잔한 여운이 차 오른다.

저마다 인생의 고비에 봉착한 세 사람은 나름의 판단으로 슬기롭게 위기를 넘긴다. 남들이 보기엔 그들의 선택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안다. 중년의 위기와 통과의례, 따뜻한 가족애와 연애의 설렘 등이 자극적이지 않게 펼쳐진 영화는 특별한 누군가의 인생을 조명하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이웃의 모습이다. 영화가 싱거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할리우드 최고의 신예 스칼렛 요한슨을 캐스팅해 너무 적게 써먹어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요한슨의 매력이 그런 절제의 미에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26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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