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사에서 웃으며 퇴진한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에 올려 놓은 거스 히딩크 뿐이다.
요하네스 본프레레의 퇴진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축구의 감독사는 잔혹하리만큼 수난으로 점철돼 있었다. 그동안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 5명 가운데 히딩크를 제외한 4명은 좋은 결말을 보지 못했다.
첫 외국인 사령탑인 독일인 데트마르 크라머는 92년 28년 만에 올림픽(바르셀로나) 본선 진출을 이끌었지만 코칭스태프와의 불협화음으로 중도 경질됐다. 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구 소련의 우승을 이끌었던 명장 아나톨리 비쇼베츠는 95년 7월 한국 올림픽팀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1승1무1패로 8강 진출에 실패,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히딩크에 이어 4번째 외국인 사령탑으로 2003년 3월 부임한 움베르투 코엘류는 월드컵 및 아시안컵 예선에서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4월 19일 중도 하차했고 5번째 사령탑 본프레레는 23일 사임의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경질됐다.
2001년 1월 부임한 히딩크도 처음에는 '5대0 감독'으로 불리는 등 성적 부진으로 거센 퇴진 압력에 시달렸으나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국내지도자 역시 수난을 피할 수 없었다.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4강 신화의 주인공 박종환(대구FC) 감독은 지난 95년 4월에 취임했으나 6월에 열린 코리아컵대회 준결승에서 약체 잠비아에 2대3으로 패해 두달여 만에 퇴진당했다. 박 감독은 K리그 3연패를 이루는 지도력을 발휘, 이듬해 2월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했지만 12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치욕적인 패배(2대6)를 당하면서 다시 경질됐다.
차범근(수원) 감독은 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 멕시코와 네덜란드에 잇따라 패하면서 현지에서 대회 도중 경질된 아픈 기억이 있다. 허정무(전남) 감독은 98년 10월 올림픽팀을 맡아 2000년 시드니올림픽 본선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2승1패를 기록하고도 8강행이 좌절, 경질론에 휘말렸고 그해 10월 레바논 아시안컵까지 유임됐지만 결국 대회 3위에 머물면서 퇴진했다.
2002년에는 히딩크와 함께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룬 박항서 코치가 부산 아시안게임 감독 자리에 앉았지만 대회가 끝날 때까지만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협회와 갈등을 빚다 결국 해임됐다.
김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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