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대구 음식 산업의 중심에 서고 있다. 취업난, 조기퇴직 세태 속에서 음식 창업에 뛰어들고 있는 2030세대는 기존 세대와 차별화한 경영 방식과 새로운 맛으로 대구 음식 산업에 변화를 몰아오고 있다.
◇창업 열풍
올 3월 대구 북구청 맞은 편에 '어부촌맛집'을 창업한 조영호(29)씨는 관광과 졸업생이다. 조씨는 "관광과라면 호텔, 여행 산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들어 음식 산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좋은 음식점의 경제적인 파급 효과는 웬만한 공장 못지 않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음식은 '흑태 요리'. 시중엔 찜 종류가 대부분이지만 대구에선 보기드문 탕과 전골 요리를 겸하고 있다. 가을엔 신메뉴로 '흑태낙지곱창전골' 을 출시할 예정.
조씨는 "12인승 승합차로 고객을 직접 모시고, 종업원들에게도 친절 고객 서비스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며 "기존 세대와 차별화 한 경영전략은 고객지상주의와 체계적인 점포 관리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0년간 다니던 신발제조업체를 그만두고 칼국수 전문점 '면보고'를 창업한 변영준(36)씨는 "비전없는 회사에서 실직을 걱정하느니 음식 창업을 통해 더 큰 꿈을 꾸고 싶었다"며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음식 창업에 관심을 보이는 동료들이 많다"고 했다.
창업 준비에 메달린 탓에 3달 새 살이 10kg이나 빠졌다는 변씨는 "인생을 음식 산업에 건 만큼 대충 대충은 없다"며 "아이템을 선정하고 주방장과 새로운 맛을 연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대구 음식업계에 따르면 대구 음식점은 대략 3만개 수준. 부침이 많은 업종 특성상 매년 1만여개 이상이 창업과 폐점을 거듭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20, 30대의 약진.
영남외식경영연구소 임현철 소장은 "취업난, 사업실패, 조기 퇴직 문화가 만연하면서 전체 창업자 중 20, 30대가 30% 이상을 차지한다"며 "20대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고, 30대는 직장에서의 짧은 사회 경험 후 새로운 비전을 찾아 음식업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임 소장은 "무작정 창업 등은 크게 줄었다"며 "2030세대는 새로운 경영기법과 마케팅을 도입하고 친절 서비스로 무장, 과거 주먹구구식 점포와 차별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멍가게에서 기업으로
음식산업에 뛰어든 20, 30대들은 '구멍가게'에서 출발해 기업형 음식 사업가로 커가고 있다.1997년 김밥 배달로 대구 음식 산업에 입문한 정경수(37)씨는 8년이 지난 지금 동성로에서 성공한 30대 사업가로 통한다. 상권 흐름에 남다른 감각을 소유한 정씨는 동성로에서만 8곳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레스호프 2곳, 회전초밥전문점 2곳, 고깃집, 한식, 중식, 분식집 각 1곳. 8곳의 음식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젬 젬 젬 젬(정말 재미있게 살자는 의미)'이라는 회사까지 설립했다.
정씨의 사업 포인트는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싸거나의 '양극화'. 지난해 11월 개업한 회전초밥집은 비싼 쪽을 겨냥한 음식점이다. 정씨는 "동성로에서 가장 비싼 음식점의 1인당 객단가는 7천500원선이지만 회전초밥집은 1만원 이상"이라며 "가격은 비싸지만 날치알, 훈제연어, 장어 등을 말아 만드는 캘리포니아, 알라스카 등은 대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새로운 맛"이라고 했다.
술과 밥과 차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팬하우스 역시 20대 여성들을 타킷으로 한 고급 레스호프. 동성로 음식 고객의 75% 이상이 20대 여성이라는 점을 노렸다. 정씨는 "비싸더라도 좀 더 깔끔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즐기기를 바라는 20대 여성들이 많아 연일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초 개업한 신나불고는 초저가 분식점이다. 떡뽁이, 꼬지, 김밥 등 1천원 내외의 메뉴가 대부분이다.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10대들을 겨냥해 체인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고, 요즘 인기 있는 매운 맛 메뉴들을 대거 개발했다.
◇전국을 누빈다
성공한 음식 사업가들의 또 다른 전형은 체인사업. 20대에 뛰어들어 기반을 다진 뒤 30대에 체인사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
영남외식의 임 소장은 "대구에서 체인사업에 나서는 사람 2명 중 1명이 30대"라며 "대구 만큼 음식 체인 사업이 활성화 된 곳이 드물고, 그 만큼 20, 30대들이 노하우를 빨리 익힌다"고 했다.
올 3월 동성로에 일본요리전문점을 개점한 박기태(34)씨는 10년간 꿈 꿔 왔던 체인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16살때부터 제과제빵 기술을 익혀 24살때 제과점을 창업한 박씨는 '야끼떼리아' 대구·경북 유통사업으로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야끼떼리아는 테이크 아웃 형태의 일본식 전통 요리집. 대표 요리는 다꼬야끼(문어빵) 오꼬노미야끼(야채전), 야끼소바(면과 해산물을 철판에서 볶은 것) 세가지로 우리의 떡뽁이, 김밥, 꼬치와 같은 일본 국민음식이다. 새로운 맛을 원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동성로에만 4개 점포를 냈고, 북구 대현점까지 모두 5개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박씨는 "높은 매출에다 마진율(50%)도 큰 장점이 있다"며 "테이크 아웃 특성상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고전하고 있지만 여름형 상품 개발에 성공하면 내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베이비요거트 백종현(35) 사장은 요거트아이스크림 체인사업가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요거트를 아이스크림에 접목한 것. 요거트는 우유에 젓산균을 넣어 발효 응고시킨 제품으로 상큼한 맛, 저지방, 저칼로리, 풍부한 유산균으로 서울, 수도권 젊은 여성층에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레스토랑을 경영했던 백씨는 사업차 이탈리아를 방문했다가 부드럽고 상큼한 요거트 아이스크림 맛에 반해 3년전부터 체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2천원~1만4천원대에 이르는 다소 비싼 가격때문에 아직 대구 시장은 초기 도입 단계지만 서울, 경기도,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선 가맹점만 15개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기자 jong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 20, 30대가 급부상하면서 대구 음식산업은 세대 교체 중이다. 동성로에서만 8곳의 음식점을 경영하는 정경수(사진 위)씨와 올 초부터 일본요리 전문 체인 사업을 시작한 박기태씨. 정우용·이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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