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지역주의에 기반해 부모의 정치성향이 자녀에게 세습되던 양상이 1990년대 들어 사라지면서 급기야 최근에는 부모와 대학생 자녀의 정치성향이 유사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부부의 경우 상당수가 지난번 대선과 총선에서 동일한 대선후보에게 투표하는 등 진보·중도·보수 등 정치성향에서 비교적 높은 유사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교육대학원 정재학씨는 24일 '대학생과 부모의 정치성향 및 투표행위 관련성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올 4월 초∼5월 중순 사이 서울지역 대학생 7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논문에 따르면 정치성향이 보수적인 아버지의 경우 대학생 자녀가 보수적인 비율이 17.4%에 불과한 반면 자녀와 아버지가 다른 정치성향을 보인 비율은 82.6%(진보 46.6%, 중도 36.0%)로 압도적이었다.
어머니의 정치성향이 보수적인 경우에도 자녀가 보수적인 비율이 18.5%에 그쳤으나 81.5%(진보 49.0%, 중도 32.5%)는 어머니의 정치성향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정치성향이 진보적인 경우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비율이 50%대에 달해 진보적인 부모가 보수적인 부모보다 자녀의 정치성향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씨는 "부모와 자녀의 정치성향이 다른 주원인은 대화단절로,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듣는 정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자녀의 정치성향에 영향을 주지만 정보지반이 달라진 지금의 대학생 세대는 과거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아버지 또는 어머니와 정치적 사안에 대해 '거의 대화가 없다'는 응답이 각각 35.3%, 48.5%로 높았고 '가끔 대화한다'가 각각 27.7%, 23.1%, '많은 대화를 한다'는 응답은 9.1%, 8.6%에 그쳤다.
부모와 대학생 자녀의 정치성향 차이와는 다르게 부부 간의 정치성향은 비교적 높은 비율의 유사성을 보여 부부의 경우 정치성향이 같은 비율이 진보 52.2%, 중도 76.3%, 보수 64.6%로 나타났다.
최근 행해진 투표에서도 16대 대선에서 부부가 같이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한 경우는 44.4%,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한 경우는 80.3%, 이회창 후보에게 투표한 경우는 78.6%로 조사됐다. 17대 총선 투표에서도 부부가 같이 열린우리당에 투표한 경우는 80.6%, 한나라당에 투표한 경우는 77.9%로 나타나 역시 높은 비율의 관련성을 나타냈다.
정씨는 "한 가족 안에서 선거권자들이 한 정당에 몰표를 주는 것이 1980년대 선거의 일반적인 양상이었으나 1990년대 이후 들어 선거에서 '세대요인'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며 "정치적 세대차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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