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 자전거도 탈 수 있어요. 다 나으면 축구도 할거예요."
지난해 말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손현빈(11·본지 2004년 12월 22일자 보도)군. 8개월 만에 만난 손군은 이제 엄마랑 가까운 곳을 산책하고, 선선한 저녁이면 함께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 만화 삼국지를 읽고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여느 초등학생과 똑같은 건강한 모습이었다. 키는 무려 6cm나 컸고 몸무게는 10kg이나 늘어났다.
"지난 연말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상태가 나빴던 아이가 이렇게 건강해졌습니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 온정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요. 어떻게 이 고마움을 표현해야할지…."
현빈이는 이제 코를 훌쩍거리지 않는다. 폐에 딱딱하게 달라붙어있던 곰팡이도 다 사라졌다. 혈소판이 모자라 실핏줄이 터지는 일도 거의 없다.
현빈이 엄마 이은희(38·여)씨는 지난해 독자 성금 2천300여만 원으로 밀린 병원비를 냈고 사채를 갚았다. 카드빚과 은행 대출금이 조금 남았지만 어깨를 짓누르던 짐이 많이 가벼워졌단다. 밀린 병원비가 1억 원 가까이 됐지만 대구교육청과 독자 성금으로 대부분 갚을 수 있었다고 했다. 거기다 지난 2월 병원으로부터 형 창환이(15)의 골수를 현빈이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얘기도 들었다.
"연말쯤 현빈이에게 골수를 이식할 예정입니다. 약물치료도 순조롭고, 날이 갈수록 튼튼해지는 모습에 집안 분위기도 좋아졌답니다."
현빈이 아버지(44)는 지방을 돌아다니며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현빈이 걱정에 잦은 음주를 했던 그가 요즘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현빈이는 학습지를 공부하며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고 친구들과 뛰어놀 생각에 축구공도 사놨다.
현빈이가 취재진에게 쭈볏거리며 다가왔다. 이제 현빈이는 자기방에 콕 박혀 컴퓨터게임만 열중하던 허약하고 수줍은 아이가 아니었다. 껍질을 벗긴 과일을 먹고 혈액에서 부족한 칼륨을 보충하기 위해 오렌지주스를 벌컥벌컥 마신다.
"현빈아! 이제 다 나으면 뭘 제일 하고 싶어?" "축구하고 야구요. 아이들하고 금 그어놓고 누가 빨리 달리는지 게임도 할거예요." 현빈이의 웃음이 환하게 빛났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 지난해말 사경을 헤매던 손현빈군이 독자들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함께 자전거를 탈 만큼 건강해졌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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