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나홀로族'

외부 세상으로부터 도피해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에 머물려는 칩거증후군의 사람들을 '코쿤(Cocoon)족'이라고 부른다. '누에고치'라는 말에서 유래한 용어로 우리말로는 '나홀로족'이라 한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페이스 팝콘은 '불확실한 사회에서 단절돼 보호받고 싶은 욕망을 해소하는 공간'이라는 사회적 의미로 코쿤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코쿤은 '불확실한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 '나홀로족'은 안정된 수입원을 갖고 있으면서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스트레스 등 외부 자극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을 지니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에너지 충전의 성격이 짙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이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경우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 생긴 '나홀로족'은 그 사정이 전혀 다르다.

◇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남성 '나홀로족'들의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 호소가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혁신에 따른 각종 평가제 도입 등으로 조직 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조감'무기력감'불면증 등에 시달리는 경우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주 5일 근무제에도 매주 가족들과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럴 게다.

◇ 특히 50대 중년 남성들은 중견 간부 위치지만 심각하다.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썰렁한 집에 돌아오면 빨래를 해야 하고, 집안 청소까지 해결해야 하는 것도 외로움에 보태지는 부담이다.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이들의 대부분은 맞벌이 부부이거나 자녀 교육 때문이다. 앞으로 행정복합도시나 공기업 지방 이전이 이뤄지면 이 문제가 더 커지게 될 건 뻔한 일이다.

◇ 이미 오래 전부터 회자돼 온 '기러기 아빠'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슬픈 풍속도다. 그런 사람들이 갈수록 느는 것도 사실이다. '기러기 아빠'들에 못잖게 국내에서 가족과 떨어져 사는 '나홀로족' 문제도 간과할 일은 아니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한 건 그런 경우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 때문이다.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의 지원책과 정책적 배려가 따라야만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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