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
가수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를 듣는다. 노랫말 속으로 묻어나오는 옛 추억이 새삼스럽다. 의암호 주변의 호반길, 북한강변의 드라이브길, 소양호 속에 숨은 청평사, 지금은 없어진 클레이사격장….
꼭꼭 자신들만의 추억을 만들었던 낭만의 도시 춘천이 이젠 '동심의 도시'로 바뀌었다. 하지만 행선지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낭만을 찾던 춘천행이 동심여행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의암호 주변 403번·70번 지방도는 환상적이고 북한강을 따라가는 46번 국도를 내달리는 기분도 그만이다. 마침 동심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이 길을 따라가며 이어진다.
당일 여행이든, 1박 2일 여행이든 춘천에 도착하면 먼저 점심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다. 중앙고속도로로 춘천이 가까워졌다고는 하나 아직은 대구에서 멀다. 족히 3시간은 잡아야 하는 거리. 아침을 가볍게 먹고 출발하면 점심 때에 맞춰 도착하기 때문이다.
메뉴는 명동닭갈비와 막국수.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춘천시청을 찾으면 된다. 시청 맞은편에 22곳의 식당이 영업하는 명동닭갈비골목이 있다. 몇해 전과 달라진 풍경이라면 외국인이 많아졌다는 것.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중국·타이완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춘천닭갈비도 덩달아 주가가 오르고 있다. 매콤·달콤·상큼한 양념과 양배추, 대파, 떡볶이떡이 닭고기와 함께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볶아지면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다.
야채와 떡을 먼저 먹고 난 다음 닭고기는 충분히 익혀 먹는다. 다 먹고 난 후엔 이왕이면 막국수로 마무리한다. 대구에서 반나절을 달려온 시간이 아깝지 않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가족여행에도 딱 맞는 점심차림이다.
동심여행은 명동닭갈비골목을 나와 의암호를 한 바퀴 돌며 인형극박물관·인형극장-애니메이션박물관-남이섬으로 이어진다. 중간중간 신숭겸 장군 묘역과 영화 '편지' 촬영지인 경강역 등 볼거리들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가을빛이 도는 의암호변 카페에 누군가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춘천여행은 충분하다.
◇인형극박물관
인형극박물관은 춘천을 인형극의 본고장으로 만든 춘천인형극장과 마주보고 있다. 국내외 인형극 관련 자료 2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막대 인형극실과 손 인형극실, 줄 인형극실, 그림자 인형극실 등 테마별로 구분해 놓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남사당패의 '꼭두각시놀음'도 전시해두고 있어 국내 인형극의 변천사도 알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의 경우 국내외 인형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볼 수 있어 유익하다. 특히 인형의 재료를 소개하고 인형 제작 과정을 재현한 '인형극재료실', 인형 작동을 체험해보는 '체험관', 세계인형극과 국내 인형극에 등장하는 인형을 직접 볼 수 있는 '세계관&한국관'으로 구성돼 인형극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 어른 2천 원.
2001년 5월 문을 연 춘천인형극장은 춘천을 인형극의 본고장으로 만들었다. 국내 유일의 인형극 중심의 어린이극장으로 매주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은 2주 단위로 바뀐다. 관람시간 문의 033)242-8450.
닭갈비골목에서 나와 춘천댐·화천 쪽으로 가다 보면 소양강을 건너는 소양1교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 바로 좌회전한 뒤 조금 더 가면 왼쪽에 인형극장이 있다.
◇애니메이션박물관
의암호변에 자리 잡은 애니메이션박물관은 주변경치가 특히 아름답다. 40대의 나이라면 문득 만화가게에서 쪼그려 앉아 보던 예전의 만화영화가 떠오른다. 국내 최초의 '쾌남 홍길동'을 비롯해 '황금박쥐', '태권 브이' 등 국내 대표 애니메이션 필름과 포스터, 친필원고 등 2만여 점의 소장품이 반갑다. 초기 애니메이션을 찍었던 카메라와 장비, 관련 영상자료 등도 소장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길을 잡는 것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인형. '인어공주'나 '이웃집 토토로' 등 해외유명 애니메이션 포스터도 아이들에겐 인기다. 볼거리는 3D 입체애니메이션 상영관. 영화 속의 스릴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파란 해골 13호 납작코가 되었네.' 이곳에선 '태권동자 마루치아라치'로 감독 데뷔한 임정규 감독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볼 수 있는 작업장도 갖추고 있어 한 곳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문의 033)243-3112.
인형극박물관 앞 삼거리서 바로 좌회전하면 의암호변을 달리는 403번 지방도와 만난다. 그 전에 다리 아래로 보이는 내륙 속의 섬이 위도(고슴도치섬)이다. 매년 5월 마임예술을 만끽할 춘천마임축제의 도깨비난장이 이곳에서 열린다. 애니메이션 박물관 바로 전에 신숭겸 장군 묘역이 있다.
◇남이섬
북한강 속의 남이섬은 연인들의 천국이다. 이젠 드라마 '겨울연가' 영향으로 평일, 주말을 가리지않고 일본, 동남아관광객이 찾아든다.
남이섬의 자랑은 숲길. 섬을 가로지르는 전나무 숲길이나 은행나무길, 메타세쿼이아길 등 모두 나름의 운치가 있다. 최고 인기는 '겨울연가' 촬영지인 메타세쿼이아 숲길. 하늘로 치솟은 나무들이 이국적이다. 한류열풍의 중심지대다.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저마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남이섬에서의 동심여행은 안데르센 홀과 수시로 열리는 인형전 등 각종 전시회로 요약된다. 하지만 요즘은 마땅한 전시물이 없다. 안데르센 홀에서도 이달 말까지는 '신독립선언문전'이 개최되고 있다. 현재는 1950년대부터 80년대 당시의 풍경을 재현한 '그때 그 시절 전시관'이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유일한 전시관이다. 큼지막한 조개탄 난로 위에 얹어놓은 양철 도시락과 풍금, 낡은 책상이 정겨운 교실 풍경은 어른들에게 추억이 깃든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오곡정미소와 사진관, 이발소, 레코드판으로 장식된 약속다방의 풍경도 익숙하다. 엄마·아빠에겐 추억을, 아이들에겐 부모의 어린 시절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전시관이다. 입구의 구멍가게 앞에선 설탕을 녹여 모양을 만들어 먹는 '뽑기'를 해 볼 수도 있다.
드라마카페 '연가지가'의 '옛날 도시락'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먼저 양철 사각도시락에 밥을 담고 김치와 달걀 프라이를 넣고 연탄난로 위에서 뜨끈하게 데운다. 그 뒤 두꺼운 장갑을 끼고 도시락을 잡은 후 흔들면 맛있는 비빔밥이 된다. 4천 원. 별나게 맛있다. 가평선착장 주차료 당일 4천 원. 남이섬 입장료 포함 왕복 배삯 어른 5천 원, 어린이 2천500원. 문의 031)582-5118.
◇기타
남이섬 가는 길에 간이역인 경강역에 들를 만하다. 경강역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이라는 의미. 영화 '편지'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청량리에서 무궁화가 오가는 이 역은 앙증맞을 만큼 작다. 경강역 외에도 김유정역이나 금곡역 등 조용하고 아담한 간이역이 몇 군데 더 있다.
1박 2일 일정이라면 소양호 속의 청평사도 가봐야 할 곳이다. 지금은 찻길이 연결되어 있지만 그래도 소양강댐 인근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제맛이다. 10여 분 소양호를 감상하다 보면 금세 청평사 선착장에 닿는다. 배에서 내려 청평사까지는 30여 분을 걸어야 한다. 청평사는 젊은 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남이섬 숲길 중 으뜸인 '겨울연가' 촬영지 메타세쿼이아 숲길. 이 숲길 한쪽 끝에 남이섬 동심여행의 주무대인 '그때 그시절 전시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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