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소주 반병'

애주가든 그렇지 않든 웬만한 사람들은 소주 '반 병'에 대한 애환 한두 편쯤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 애환들 중에는 기억하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물론 있다. 다들 아는 얘기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에는 화제라면 역시 반 병에 대한 미련. 벌써 반 병을 훌쩍 마셔 버렸나 하는 안타까움일 것이다. 그에 반해 아직도 '반 병'이 남아 있어 얼마나 다행일까 하는 여유도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의 입을 적신다. 요즘 들어 너무 잘 알려진 소주반병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부터 임기 후반기를 맞았다고들 한다. 어느 덧 절반이 지난 셈이다. 그것은 후딱일 수도 있고 여전히 절반은 고스란히 남아 두둑할 수도 있다. 그걸 소주반병에 비견할 수야 없지만 아무튼 '절반'에 대해 대통령은 대통령 나름의 느낌이 있을 것이고 국민들은 또 국민들 나름의 느낌이 있다. 문제는 그 느낌의 차이가 좁으냐 아니면 넓으냐 하는 점이다.

◇ 야당인 한나라당도 이런 묘한 시기를 놓칠 리 없다. 대변인을 통해 어제 내놓은 발표문의 요지는 "900일은 대통령 마음대로 했지만 남은 900일은 국민 뜻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갈등과 보복에 치중해 국정 전반이 대란을 겪고 있다며 일침을 놓았다. 물론 여권에서는 남북 관계와 부정부패 척결 등을 내세우며 어림없다는 투다. 모두가 나라 걱정에서 나온 충정일 것이다.

◇ 그 때문일까. 노 대통령은 다시 말이 많아졌다. 물론 소주반병을 놓고 지껄이는 시중의 말과는 비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부쩍 잦아진 말솜씨에 국민은 좀 의외라는 기색이다. 왜 갑자기 임기 절반을 넘기는 시기에 언론사를 상대로 한 간담회를 연이어 갖고 또 모자라 국민과의 대화를 갖는 것인가. 그만한 설화(舌禍)를 겪을 만큼 많은 말을 했음에도 여전히 모자란다는 것인가.

◇ '장사는 흥정이 반'이라는 속담도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이 정권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부분이 아닌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흥정 삼아 하는 말들은 물론 아닐 것이지만 그래도 국민은 혹시나 경제가 살아나는 이야기가 있을까 늘 곤두세우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번번이 눈을 감는다. 물론 개중에는 소주반병을 생각하면서 지그시 눈을 감는 이들도 많겠지만 그보다는 대통령과의 느낌의 폭이 달라 감는 눈들도 많을 것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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