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장 콕토(1889~1963) '귀'

우리는 흔히 귀의 생김새에서 소라껍데기를 유추하고 소라껍데기에서 바다를 연상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고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소라껍데기 속에는 소라(생명)가 없습니다. 속이 비어서 허전하고 그 허전함은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데, 그 바람은 자신의 근원인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요? 이 때 소라껍데기가 바다소리를 그리워하는 것은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본래 고향(근원)상실자이지요. 그러므로 이 시에서 우리는 존재의 고향(근원)에 대한 존재자의 그리움을 읽는 것입니다. 이 짧은 시가 깊이 울리는 까닭은 귀에서 소라껍데기로, 소라껍데기에서 바다소리로 확대되는 이미지가 우리 가슴속에 있는 근원적인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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