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성인형 당뇨병이 늘고 있다. 원래 어른과 어린이에게 생기는 당뇨병은 서로 다르다. 어린이에게 발생하는 당뇨병은 예전에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라고 불렸고, 이제는 '제1형 당뇨병'이라고 불린다. 제1형 당뇨병은 어른이 걸리는 당뇨병과 많은 차이가 있다. 첫째, 비만과 관련이 없으며 태어날 때부터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유전적인 소인'을 가진 어린이에게서만 발생한다. 병은 취학하기 전과 사춘기에 발생하며, 대개 바이러스 감염 등이 이 질환을 부르게 된다. 둘째, 당뇨병의 정도가 어른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하다. 만약 인슐린 치료를 하지 않으면 합병증이 발생해 수명이 30세를 넘기기 힘들다. 셋째, 식이요법과 운동은 보조요법에 불과하며, 인슐린이 주된 치료법이다. 인슐린 없이는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가 없으며, 인슐린을 최소한 하루에 2회 맞아야 한다. 왜냐하면, 어린이의 당뇨병은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국내에서는 이런 종류의 어린이 당뇨병의 빈도가 서구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10만 명당 2명 정도)이다.
이에 비해 어른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 예를 들면, 고혈압, 비만 등으로 인해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식이요법, 운동 및 먹는 혈당강하제로 혈당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어른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성인형 당뇨병'인 '제2형 당뇨병'의 발생이 어린이들에게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에는 어린이 당뇨병 가운데 10%도 되지 않았던 것이 1990년대에는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어린이 비만이 급증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어린이 비만이 '성인형 당뇨병'으로 발전된 것이다. 과다한 영양 섭취와 운동 부족 등이 비만을 일으키고, 이어서 '인슐린 저항성'으로 진행되어 '성인형 당뇨병' 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린이 비만'의 빈도는 이미 서구 수준으로 높아졌다. 1990년대 들어서 거의 20% 수준에 육박한 것이다. 비만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는 어린이에게서도 매우 심각하다. 아직 어리므로 괜찮겠지 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예를 들면, 비만한 어머니의 태아에게 이미 동맥경화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들에게도 비만이 있으면 어른들에게 나타나는 변화가 빠짐없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린이 비만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문제이다.
최근 대구시교육청과 구미시 보건소 등이 이러한 인식을 갖고 학동기와 취학 전의 비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비만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구미시 보건소에서는 유치원 및 유아원생들을 대상으로 비만의 위험성과 치료법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 비만은 단기간의 캠프 교육을 통한 단순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간단히 해결이 되지 않는 질환이다. 비만의 근본원인이 가족 환경과 사회 전반의 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만 어린이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비만 치료에 참여해야 하며, 식사, 운동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활 양식을 점검하고 교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어린이 비만 치료를 위한 '행동요법'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비만 치료에서 식이요법만이 강조되는 수가 많다. 그러나 이것으론 부족하다. 가족 전체가 짧은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다니거나, 가족 전체가 참여해 운동을 하도록 하는 등 행동요법을 함께 하지 않으면 어린이 비만은 치료될 수가 없다. TV 시청은 가만히 앉아서 있는 경우보다도 열량 소모가 적으므로 TV 시청 시간을 줄이는 것은 비만 치료에서 매우 중요하다. 가족 전체가 의논해 결정한 프로그램만을 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고철우 경북대병원 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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