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마리아 블루멘크론 지음/유영미 옮김/지식의 숲 펴냄
해발 4천m 고원에 자리잡아 세계의 지붕으로 묘사되는 티베트.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아 '눈 덮인 나라'라는 '캉첸'으로도 불린다. 달라이 라마의 나라로 많이 알려진 티베트는 많은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그곳에 가면 영적인 감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굴곡의 역사를 경험하고 있는 티베트인들에게 그런 생각은 사치에 불과하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에서도 평온했던 영혼의 나라 티베트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략으로 하루 아침에 피폐해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지난 15일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많은 나라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해방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티베트인들은 1950년 중국의 침공이후 지금까지 독립과 평화를 외치고 있다. 1959년 3월 10일 수도 라사에서 대규모 봉기가 일어나 약 1만5천명의 티베트인들이 죽음을 당했고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피신했다. 1979년까지 30여년간 중국의 무력 통치로 인해 사망한 티베트인의 숫자만 120만명이 넘는다. 1970년대 중반 6천여개에 달했던 사원도 거의 다 사라졌다.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중국의 티베트 정책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티베트인들은 여전히 나라 잃은 한을 품고 경제적 궁핍과 문화 말살이라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조국을 떠나는 티베트인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한 이래 해마다 3천명 가량이 험준한 히말라야를 넘고 있다. 이들은 네팔 카트만두, 인도 델리와 다람살라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난민수용센터로 향한다. 그 곳에서 무료 교육과 직업교육 등 생활 터전 마련에 필요한 지원을 받는다.
이 책은 해발 6천m 히말라야를 넘어 달라이 라마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로 가는 돌커(6)와 언니 치메(10), 페마(7), 돈둡(8), 락파(10), 탐딩(10), 롭장(15) 등 일곱명 티베트 아이들의 눈물어린 여정을 그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필름 제작자 겸 프리랜스 작가인 저자는 2000년 4월 15일부터 14일간 길고 험난한 여정에 오른 일곱명의 아이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눈물과 희망을 생생하게 담아 책으로 엮었다.
1부에서는 일곱 명의 어린이들이 왜 고향을 등져야 했는지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비싼 학비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돌커와 치메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 페마는 알콜중독자인 아버지 폭력을 피해, 돈둡은 중국어 교육을 강요하는 현실을 벗어나 티베트 역사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승려 롭장은 달라이 라마를 부인하지 않아 감옥에 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티베트를 떠났다.
2부에서는 일곱명의 어린이들이 가이드 니마와 함께 라싸를 출발해 히말라야를 넘는 목숨 건 대장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들은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을 훔치고 얼굴을 할퀴는 차가운 바람과 허리까지 차오르는 눈을 헤치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긴다. 또 중국 공안원의 눈을 피해 어둠을 틈타 산을 오르고 고산병으로 입술은 퉁퉁 부르튼다. 살얼음이 언 강을 건너고 눈 지대를 지나 마침내 인도 다람살라에 도착한 어린이들이 언젠가 티베트로 돌아가 가족을 만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감동의 드라마로 다가온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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