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조홍섭 지음/고즈윈 펴냄
1997년 황소개구리가 전국에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환경부가 앞장서서 퇴치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군대와 초등학생까지 동원돼 황소개구리 잡기에 나섰지만 '공공의 적' 황소개구리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개체수가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황소개구리와 천적관계에 놓인 토종생물 20여종과 함께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의 구성원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황소개구리는 너구리와 왜가리, 백로, 소금쟁이 등의 좋은 먹이감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처럼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무지는 갖가지 해프닝을 낳았다. '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는 황소개구리와 같은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해를 풀고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는 책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문제는 인류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새롭고 다양한 문제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1970년대 초, 번식기의 갈매기들이 둥지를 여기저기 만들었지만 알을 전혀 낳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과학자들이 관찰한 결과 암컷 갈매기들끼리 둥지를 만들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수컷 갈매기 몸속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흉내내는 화학물질이 들어있어 정상적인 생식기능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수컷 갈매기가 번식에는 관심이 없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레즈비언 갈매기'를 만든 호르몬 교란 화학물질은 오래 전에 뿌린 농약이 원인이었다.
그 외에도 환경호르몬이 물고기, 새, 악어, 굴, 달팽이 등에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현장은 종종 목격되고 있다. 인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선천성 남아 성기결함과 생식계통인 전립선, 고환, 난소, 유방 등의 암이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 남성의 정자 수가 지난 50년동안 50%나 줄어든 것은 바로 환경호르몬이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한 나라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2001년 11월,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 정부는 해수면 상승 때문에 국토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이 섬 주민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투발루 총리는 오스트레일리아에 더 많은 수의 이민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뉴질랜드는 호주보다 좀 더 호의적이긴 하지만 근본 해결책이 아니었다. 세계는 사상 처음으로 '환경난민'이란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의 문제는 자연 스스로의 치유력에 맡겨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란이 있어왔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 '가끔은 인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결론내린다. 이 책은 대기근에 닥친 아프리카 코끼리를 집단 도살하는 것이 왜 자연에 맡겨 죽도록 하는 것보다 나은지, 황소개구리가 왜 우리나라 자연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됐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소개한다. 다랑논과 사람의 손길이 역설적으로 자연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안전한 먹을거리, 재생가능 에너지, 유기농업의 가능성 등을 통해 자연의 지속가능성이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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