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창회 모임에 나갔는데 아직 팔팔한 친구들과 달리 팍삭 늙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것만큼 서글픈 일도 없을 것이다. 유독 젊어 보이는 이들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부지런하게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이다. 매일신문 주말팀은 나이보다 10년 전후로 젊어 보이는 사람들을 수소문했다. 지난 22일 한자리에 모인 주인공들.
# 실제 나이는 몇 살일까?
"30대 후반으로 보이시는데요." 구미에서 온 주부 최민아씨를 보고 정하진(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늦게 결혼해 애가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같은 반 엄마들이 대표를 맡으라고 해 나이가 많아 못 한다고 하니 자기들과 비슷한 36살쯤 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한참 더 많다고 하면 모두 나이를 궁금해해요."
빙긋이 웃으며 정씨에게 40대 후반으로 보인다고 짐작한 최씨. 바로 고개를 돌려 박규현(칠곡군 왜관읍)씨에게 물었다. "아직 대학생 아니에요?"
"어려 보인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실제 나이를 까먹을 정도예요. 길을 묻는 사람들은 '학생' 하고 부르고, 소주방 같은데 가도 출입이 가능한 지 나이를 확인해 당황할 때도 있어요."
박씨는 어릴 때는 싫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어려 보인다는 소리가 기분 좋단다. 알 듯 말 듯 서로의 나이를 궁금해하는 눈치들.
# 젊게 사는 비결은?
"타고 난 것 같아요. 많은 여자들이 어려 보이고 싶어 하는데 별로 노력을 안 해도 되니까요. 막내로 귀여움을 많이 받은데다 얼굴과 체격이 작은 덕도 보는 것 같아요.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 옷도 귀엽게 입어 본의 아니게 '공주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아직 미혼인 박씨는 아줌마는 얼굴에 기미가 생겨도, 배가 나와도 다 용서가 되니 그것이 바로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인 것 같다고 했다. 바로 받아치는 최씨.
"아줌마라고 다 용서가 되는 건 아니죠. 살이 좀 쪄도 어때라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해요. 가는 세월을 이길 수는 없지만 긴장감을 풀지 말고 노력해야지요."
10년 전 옷을 다 입을 정도로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최씨는 "밥을 먹은 만큼 움직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에서 밥 먹은 뒤 청소할 때도 아랫배에 힘을 주고 허리를 펴는 등 자세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나이가 들면서 살이 찐다는 친구들에게 집에서 몸을 많이 노출시키라고 말해요. 거울로 살찐 몸을 자꾸 보게 되면 저절로 신경을 쓰게 되거든요."
짧은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 등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게 노출하는 편이라는 최씨는 얼굴의 주름을 펴려고 곗돈을 모으는 주부들도 있지만 성형수술한 얼굴은 부자연스러운 것 같다며 산에도 자주 가고 수영 등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역시 운동을 부지런히 한다는 정씨는 집에 화분이 200개가 넘는데 물 주고 관리하며 마음이 젊어지는 걸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정년 퇴직한 정씨는 놀 여가도 없이 취미가 일로 이어져 대구 중구 시니어클럽 한문지도사 간사로 활동하며 주부·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문을 가르치고, 문화유산해설사로 문화유적답사팀들에게 현지 해설을 하고 있다. 또 한국관광공사 명예통역 안내원, 금빛평생교육봉사단 활동 등 퇴직 후 생활이 더 바쁠 정도다.
"평생 정년이 없는 일들이죠.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나가 보면 할 일이 많습니다. 즐거운 일을 하다보면 자연히 젊게 살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서로 궁금증을 푼 주인공들
마지막에 서로 나이를 공개했다. 정씨는 59세. 60, 70대가 대부분인 시니어클럽에서 활동하니 가장 젊어 보이는 사람으로 추천받을 만 하다. 박씨는 35세.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자신이 노처녀라는 사실도 잊게 된단다. 최씨는 끝까지 실제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어요." 최씨는 어린 아이를 위해서라도 젊게 살라는 남편의 말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사진 : 왼쪽부터 최민아, 박규현, 정하진씨.·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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