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장과 사단장 '계급장 떼고 한자리'

"계급이 이등병이지 어디 사람이 이등병입니까? 병장·분대장으로서의 기득권을 버리고 정이 넘치는 내무반을 만들어 나갑시다."

27일 0시 40분. 육군 제 70보병사단 동원훈련장 퇴계관에서는 253명의 병장들이 촛불을 켜 들었다. '밤하늘의 트럼펫'이 연주되는 가운데 병영의 초가을 밤을 밝힌 이 촛불에는 그동안 군 부대에서 고질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고참·졸병간의 악·폐습'을 병장들의 손으로 끊겠다는 결의가 담겼다. 병장들은 전우애 넘치는 내무반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서로 다짐했다.

군내 악·폐습을 단절시키기 위한 '장군과 함께하는 병장, 분대장 워크숍'이 26, 27일 양일간 전군 최초로 제 70사단에서 열렸다. 상급부대 정훈 참모들까지 참관한 이날 행사는 사단장과 병장들이 모여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장장 15시간에 걸쳐 터놓고 이야기하는 마라톤 대토론회 형태로 치러졌다.

지난 봄에 터진 GP 총기난사 사건이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이날 행사는 사단내 전 병장들이 참가해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를 뽑고 분임토의와 대토론회, 사단장과의 대화, 다짐의 시간 순으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병장들은 '난 고참이 되면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하던 이등병 시절을 되새기며 병장으로서의 기득권 포기를 다짐했다. '나도 고생했으니 너도 고생해라' 식의 신임병을 보는 잘못된 시각과 '말년 특권의식' 등 병영내 폐습을 스스로 지적했다. 지난 2003년 병영내 구타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유족이 애통한 사연을 풀어놓자 많은 병장들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병장들과 함께 티셔츠 차림으로 이틀간의 워크숍에 참가한 70사단 김중로(육사 30기·준장) 사단장은 "잘못된 병영내 악습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병영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24시간 내무반을 지키는 병장·분대장 워크숍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이등병과 부모님이 함께하는 워크숍도 마련해 전우애가 넘치는 새 병영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병장들은 '선임병으로서의 기득권과 보상심리를 버리고 평등하고 공정한 병영을 만든다' 등 5개 항을 결의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사진 : 고참.졸병간의 악습을 병장들의 손으로끊어보겠다는 토론회가 제70보병사단 동원훈련당 퇴계관에서 26, 27일 열렸다. 마이크를 든 사람이 김중로 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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