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휴일날 우린 산삼캐러 갑니다!

일요일인 지난 21일 오전 8시 구미시 무을면 무을중학교 인근 야산. 긴 장화에 장갑, 모자, 작은 곡괭이로 무장(?)한 남녀 20명이 산을 오른다.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입산한 후 이내 자기들만의 코스를 택해 뿔뿔이 흩어진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산등성이로 가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주5일제 근무로 늘어난 휴일을 이용, 취미로 산삼을 캐러 다니는 '금오산 야생산삼동호회' 회원들이다. 칠곡, 구미, 김천 등 인근지역을 비롯해 대구, 영덕, 거창, 대전에서까지 새벽잠을 깨우며 참가했다.

회원들은 산에 오르기 전에 경력 7년의 한국심마니협회 정회원인 이창열(49·회사원)씨로부터 산에서 지켜야 할 기본 예절과 산삼 구별법, 뱀이나 벌 등 독충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동호회 회원들은 "굳이 산삼을 캐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산행과 더불어 휴일을 좀 더 보람있게 보내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두들 속마음엔 "오늘은 꼭 '심봤다!'를 외쳐야지" 하고 단단히 벼른다.

동호회는 지난 6월 심마니 박준회(37·칠곡군 북삼읍)씨가 결성했다. 박씨는 산삼을 캐 불치병을 앓고 있는 불우한 어린이들의 치료를 위해 무상으로 선물하는 보은의 심마니(본지 5월19일 23면 보도)로 소문이 자자하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산삼 캐러 갈 때 제발 나 좀 데려가 달라"는 주위 사람들의 요청이 쇄도하자 어쩔 수 없이 동호회를 결성하게 됐다고. 전국에서 모인 동호회 회원들은 공무원과 회사원을 비롯해 군인,주부, 미혼의 아가씨, 상인 등 다양하다.

회원 중 한 사람이 "심봤다"를 외쳤다. 채심(산삼을 캐는 것)의 행운은 대전에서 온 이모(27·군인) 회원이 차지했다. 그는 온종일 산을 헤매다가 하산하던 중 산밑자락에서 17뿌리를 캤다. 네 번째 산행에서의 쾌거란다.

함께 참여한 전문 심마니가 "비싼 값에 판매를 알선하겠다"고 했으나 그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드릴 예정"이라고 한다. 효자다. 산삼은 효자의 눈에 띄는가 보다. 산삼을 구경하던 중 거창에서 온 오미선(28세)회원이 관심을 보이자 선뜻 한 뿌리를 선사했다. 오씨는 "직접 산삼을 캐지는 못했지만 산삼을 먹어볼 수 있는 행운을 맞았다"며 연방 싱글벙글이다.

회원들은 지금까지 6차례의 산행 중 허탕을 친 일이 없었다 한다. 회원들 중 누군가가 산삼을 캤다는 성과에 모두들 만족하는 표정이다. 회원들은 산삼을 못 캔 아쉬움을 산삼 한 뿌리를 넣고 끓인 닭백숙으로 달랬다. 처음 맛보는 산삼 닭백숙에 모두들 감탄하며 산행 경험담을 나누고 오늘 산삼을 캔 주인공의 경험담에 모두들 귀를 기울인다. 나도 언젠가는 주인공인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동호회 회원들은 매월 셋 째주 일요일마다 정기산행에 나선다. 때로는 회원들의 요청으로 '번개산행'을 떠나기도 한다. 회원들은 "꼭 산삼을 캐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산에 들어가 맑은 공기도 마시고 건강도 다진다. 그리고 자연의 풍요로움과 소중함도 함께 배운다. 오늘 첫 산행에 참가한 홍상철(47·공무원)씨는 "다음번엔 꼭 내가 '심봤다'를 외치고 한턱 쏠 것"이라고 호언하며 또 다음 산행을 기대한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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