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바로 변화하지 않는 자기 자신'입니다. 조직의 최고 윗사람이 솔선수범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결코 혁신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위기의식의 부재와 고정관념, 형식주의, 이기주의, 기득권 세력의 저항 등을 혁신의 장애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29일 개막한 APEC 중소기업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술 발전에 따른 가격 급락(가격의 벽) △기술간·산업간 융합에 따른 예기치 못한 경쟁자 출현(기술의 벽) △조립·제조가 아닌 핵심기술, 핵심부품, 마케팅 디자인에서의 부가가치 창출(부가가치의 벽) △정보·인력·물적 교류에 따른 세계시장의 단일화(지역의 벽) 등 4개의 벽이 붕괴되는 패러다임의 변환기에는 강자가 하루 아침에 몰락하고 약자가 급부상하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 혁신에 저항하면서 망하기 직전 상황으로 몰렸다가 다시 세계 일류 기업으로 되살아난 삼성전자의 사례를 직접 소개하며,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창조하는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1997년 삼성전자의 차입금이 13조 원에 이르렀지만,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고서야 겨우 위기감이 싹텄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방만경영 및 버블에 대한 경고가 있었지만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는 위기의식은 커녕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때문에 1998년 7월에는 한 달 적자가 무려 1천700억 원에 달하는 최악의 국면에 빠져들었다는 설명이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중장기적 계획(사업구조, 제품, 의사결정 및 공급망 혁신) △미래를 위한 대비, 이 3가지 방향에서 특단의 구조조정이 시행됐습니다. 1년 반 만에 직원 30%를 감축하는 인력·조직의 슬림화가 진행됐고, 골프회원권 등 무수익 자산을 처분했으며, 당장은 이익이 생기지만 미래가 없는 사업부문도 과감히 처분했습니다."
윤 부회장은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데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기업경영은 인력, 기술, 돈, 정보, 시간 등 자원과 (자원 공급망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관리하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혁신은 현실의 부정과 위기의식에서 시작됩니다."
윤 부회장은 혁신을 △Defreezing(해동): 현실부정 △Organizing(조직): 새로운 가치관과 행동규범 만듬 △Implementing(실행): 새로운 가치관과 규범의 확산 △Freezing(동결): 새로운 가치관과 규범의 체질화 과정으로 정리했다.
한편 이날부터 3일간의 본격적인 회의 일정에 돌입한 APEC 중소기업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혁신'이 모든 회의 주제의 키워드(핵심어)를 차지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이안 C. 맥밀란 교수는 '중소기업의 혁신적 성장을 위한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고, 제1 전체회의 역시 '중소기업의 전략적 제휴와 네트워크(의장: 유장희 이화여대 부총장·한국APEC학회장)'를 주제로 진행됐다.
30일 열린 제2 전체회의(주제: 중소기업 혁신의 장벽을 넘어, 의장: 김정남 성균관대 교수)와 제3 전체회의(주제: 글로벌 기업의 혁신전략 설명회, 의장: 윤현덕 숭실대 부총장) 및 31일 예정된 제4 전체회의(주제: 중소기업, 모방에서 혁신으로, 의장: 한정화 중소기업학회장) 모두 중소기업의 혁신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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