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익숙한 개념 뒤집어 낯설게"

박헌걸 세 번째 개인전

박헌걸(47)씨의 세 번째 개인전이 9월 3일까지 스페이스129에서 열린다. 영남대 조형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 주로 평면작업을 해오던 박씨가 이번 세번째 개인전에는 입체작품 15점을 선보인다. 자동차 부품인 머플러(소음기)와 유리병을 결합시킨 작품들은 마치 과학실험실을 떠올리게 한다.

"강한 물성인 철과 약한 물성을 지닌 유리를 결합시켜, 낯선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박씨는 머플러의 독특한 조형성과 유리의 투명하고 연약한 이미지를 아슬아슬하게 연결시켰다. 실리콘으로 채워진 유리병 속에는 바닷가에서 오랫동안 닳은 유리조각, 철조각, 돌고래, 인형 등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재들을 넣어, 표본처럼 전시하고 있다. 병 속의 물체는 투명한 실리콘에 의해 모습이 이리저리 굴절되고 왜곡되기 때문에 재미있고 신비로운 느낌을 던져준다.

작가 박씨는 전시장 천장에 머플러 작품을 벽과 거리를 두고 매달아, 벽에 비치는 그림자들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메주, 씨앗, 생리대 등 다양한 사물을 통한 오브제 작품을 선보인다. 물리교사(대구 경상여고)다운 발상과 소재들이 작품에 종종 등장하지만 박씨는 이제 '미술하는 물리교사'가 아닌 작품 그 자체로 '작가'로 평가받고 싶어한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개념을 낯설게 뒤집고자 했습니다. 사물에 내재된 이미지를 다양한 각도로 제시해 시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개념적인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053)422-1293.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