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은 지금 일손구하기 전쟁중

대도시 노인도 모셔올 판

"사람을 구해야 농작물을 수확할 것 아닙니까. 고추가 다 썩어나가도 일손이 있어야 어떻게 해보지요. 오죽하면 비싼 인건비주고 환갑·진갑 지난 노인들 구해다 쓰겠습니까."

가을 햇살이 따가운 29일 오후 봉화군 봉화읍 화천리에 사는 박일식(36)씨는 타들어 가는 고추밭을 쳐 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며칠 후면 벼 베기, 사과수확 등 엄청난 인력이 필요한데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걱정했다.

박씨는 "10년 뒤에는 일 할 사람은 줄고 농토는 늘어나 가구당 밭 3ha·논 10ha를 경작해야 하는데 이 상태로는 경작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민·관·군의 대민지원이나 인력 수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휴경지가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간오지 고랭지 채소 밭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경작지가 산간인데다 교통편 조차 나빠 사람들이 작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김한수(56·춘양면 서벽리)씨는 "가을 무와 배추를 심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일손을 구하지 못해 밭만 쳐다보고 다"며 "작업환경이 나빠 4만5천~5만 원을 줘도 일손 구하기가 힘들다"며 "지역에서는 아예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 새벽 밥해 먹고 영주, 안동까지 나가 봉고차로 인부를 공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경북 최대의 고추 주산지인 영양에서도 수확철을 맞았지만 일손 부족으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추 수확을 위해 하루 평균 300여 명의 외지 일꾼들까지 동원되고 있지만 일손은 턱 없이 부족하다.

고추 재배농가들은 새벽부터 안동시는 물론이고 인근 청송까지 나가 일손을 구하는데, 이들은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시켜야 한다. 일당은 점심과 새참 두번을 제공하고 남자는 5만원, 여자는 3만5천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원이 올랐지만 필요한 일손의 절반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추 농가들의 일손 부족은 의성에서도 매 한 가지다.

고추농가 대부분이 안동과 의성, 안계까지 가서 일손을 구해오고 있다. 일부 농가들은 대도시 등으로 나가 나이 많은 노인들을 데려와 일당 3만 원에 한 달 정도 숙식을 제공하면서까지 일손을 구하고 있다.

고추농 유상현(39·의성군 옥산면 실업2리)씨는 "요즘에는 안정적인 일손 확보 차원에서 대도시 등지에 있는 나이 많은 노인들을 데려다 집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영양·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영주·봉화 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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