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나 보다. 열린우리당의 공세에 이어, 지난 23일에는 한나라당의 '대구경제살리기 현장간담회'가 열렸다.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정치인이 총출동했다. 아니나 다를까 각각의 직능을 대표한다는 경제인들은 '…센터' 건립과 '…지원'을 건의하는 요구들을 쏟아냈다. 지역경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없고, 우선순위도 없었다. 그저 자기가 속한 기관'단체'직능을 대신한 요구를 나열해 놓았을 뿐이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대구경제살리기' 구호는 식상할 만큼 오래됐다. 이 구호의 반복은 그동안의 대구경제살리기가 실패했음을 뜻한다. 그런데도 구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또다른 실패를 예고하는 것이라면 지나친 우려일까.
박근혜 대표는 "대구는 과학기술도시로 가야 한다"면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과 테크노폴리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두 사업에 대한 한나라당과 대구시의 열정이 얼마나 큰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솔직한 견해다.
테크노폴리스가 국가정책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중요한 파트너인 '경북'이 소외된 탓이다. 과학기술도시는 세계적 네트워크와 산업기반 없이는 존재하기 어렵다.
정부'여당과 정책을 공유하지 못하고 이웃 경북을 포용하는데 실패한 대구시와 한나라당의 잘못일까, 아니면 대구시와 한나라당의 열정을 몰라주는 정부'여당과 경북의 잘못일까.
지난주에는 또 과학기술도시와 관련, 의미있는 일이 있었다. 대구에 사무국을 둔 ASPA(아시아사이언스파크협회) 초청으로 일본 금융계 인사 20명이 방문한 것이다. 오타케 요시키 AFLAC(아메리칸생명보험) 회장, 치노 타다오 노무라종합연구소 고문(전 아시아은행 총재) 등 거물급들이다. 오는 11월 일본 가나가와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리는 ASPA 연차총회 대회장을 맡은 오다케 회장의 주선으로 방문이 이루어졌다. 일본이 ASPA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은 ASPA를 통해 아시아 과학기술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대구에 ASPA 본부 사무국이 올 수 있었을까. 중국의 견제 때문이다. 사무국을 중국에 두면 더 좋겠지만 일본에 가느니 한국, 그것도 회장(이종현 경북대 교수)이 있는 대구에 두는 것이 괜찮겠다고 동의한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헤게모니 경쟁으로 '대구'가 실속을 차린 셈이다.
생각의 폭을 넓히면 미래가 보인다. 좁게는 대구권의 인력과 교육을 경북 등 주변의 산업기반과 연계시키고, 넓게는 일본의 과학기술력을 중국의 생산력과 연계하는 거점으로 대구를 발전시킨다면, 내일은 밝다. 우리가 이미 가진 ASPA란 연결고리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석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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