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 제언-修身않는 아이들, 齊家 못하는 어른들

'집에선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에 나오면 매사에 신중을 기하여 남에게 믿음을 주며 뭇사람을 널리 사랑하되 특히 어진 이를 가까이 하라.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비로소 글 공부를 하라.'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다.

대학에서도 이르기를 '수신제가(修身齊家)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 하지 않았는가. 글 공부하기 전 먼저 인간으로서의 기본 수양을 쌓아야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아침에 일어나 자기 방 청소하고 세수하며 밥을 먹고 부모에게 인사하고 학교 가는 기본적 예의를 요즘 학생들은 잊어버린 것 같다. 아침에도 깨우지 않으면 스스로 일어날 줄 모른다. 이부자리 정리하고 방 청소도 부모가 해주는 것으로 안다. 세 끼 밥도 챙겨줘야 먹을 줄 알고 그냥 두면 군것질로 적당히 때우려 든다. 행여 시험기간이나 고3 수험생을 둔 집에서는 가족끼리 얘기도 마음 놓고 못한다. 방문 여닫을 때도 조심해야 하고 발걸음도 살금살금해야 한다. 부모는 하인이고 자식이 상전이다. 예전에는 아버지 직장 따라 아이들 전학하는 게 당연지사였는데 요즘은 아이의 학군 따라 부모가 이사를 가야 한다. 이렇게 금이야 옥이야 키워도 자식은 제 부모를 헌신짝 버리듯 한다. 며칠 바깥바람을 쐬고 집에 돌아오니 자식들이 이사를 가버렸더라는 어떤 노인의 이야기는 기가 막힌다.

답답한 게 어디 이뿐인가. 텔레비전 화면에는 연일 '항공노조' '병원노조' '민노총' 등의 시위가 보도된다. 시위대와 전경들은 '타도' '필승'의 기치를 내걸고 서로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 버린 지 오래다. 국민이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게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국회의사당'으로 태워 달라는 손님의 말에 택시기사가 '개집으로요?'라고 했다지 않는가!

사람(人)의 말(言)은 믿(信)으라고 있는 것인데 이제는 서로의 말을 믿지 못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그럴진대 남이야 오죽할까. 현실이 이 지경이니 우리의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느끼며 성장할까.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하다. 2천500년 전 고대인들의 도덕적 지침이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이대로 좋은 것인가.

김주찬(대구시 남구 봉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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