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고유 권한일까? 시청자의 볼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일까? 드라마의 잇단 조기종영과 편법 편성이 판을 치고 있다. 편성은 방송사의 고유권한이며 시청률이 저조하면 곧바로 광고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작품을 끌고 가기 힘들다는 것이 방송사들의 항변. 그러나 시청자와의 약속인 방송횟수와 편성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SBS는 24부작으로 기획됐던 금요 드라마 '사랑한다 웬수야'를 18부작으로 끝내기로 했다. 시청률(10% 내외)이 부진하고 스토리 전개가 약하는 게 주된 이유. 그러나 출연자들은 "24부로 출연계약을 한 상황에서 연기자들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초 16부로 기획됐던 SBS 주말드라마 '해변으로 가요' 역시 2회를 앞당겨 조기종영하기로 했다. SBS측은 "추석 명절이 겹치면서 드라마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현재 시청률이 올라가는 등 인기 상승 중이기 때문에 시청률과 조기 종영 간에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MBC 역시 주말극 '사랑찬가'를 40회에서 막을 내린다. 예정보다 10회 빨라진 종영이다. MBC는 장서희·전광렬 등의 스타들과 '히트 제조기' 김승수 PD까지 영입하며 성공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호적상의 이모(김민)와 조카(김지훈)의 사랑, 자살소동과 복수극 등 부적절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호된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7월에는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가 난데없는 폐지 통보를 받았다. 재벌가와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풍자 등으로 호평을 받았던 이 프로그램은 '순풍 산부인과'의 스타급 PD 및 연기자를 투입했는데도 방송사의 기대치 만큼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조기 종영당했다. MBC도 냉정한 조기 종영 처방을 애용하는 편. 올초 끝난 아침 일일드라마 '빙점'은 불과 종영 열흘여전에야 출연진에게 통보했다. 일일극 제작 방식은 일주일 분량을 한꺼번에 촬영하는 것이어서 전혀 엉뚱한 결말로 막을 내린 것이다. '영웅시대' 역시 MBC측은 예정된 결말이라고 주장했지만 이환경 작가의 항의성 지문과 함께 70회로 막을 내렸다.
방송사들의 편성 싸움도 극에 달하고 있다. 상대 방송사의 인기드라마와 맞불 편성은 기본. 회당 50~60분짜리 미니시리즈는 어느덧 70분을 넘어 80분짜리로 확대됐고 방송 날짜는 멋대로 변하기 일쑤다. SBS '루루공주'가 1·2회를 80분으로 편성해 비판을 받은데 이어 지난 23일 첫 방영된 KBS '웨딩'도 10분 늘린 70분으로 편성됐다.
또 29일 KBS는 기존 월화드라마 '웨딩'을 방송하지 않고 특선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을 내보냈다. '웨딩'은 종영을 앞두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패션 70s'와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월화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화요일 첫 방송을 했다. '패션 70s'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데다 30%대의 높은 시청률이 예상됐기 때문.
SBS는 지난 주 화요일 조용필 평양 공연을 이유로 '패션 70s'를 방송하지 않았다. '패션 70s'의 인기를 9월 5일 첫방송하는 '서동요'까지 영향을 주기위해서 였다. SBS는 23일 조용필 공연과 30일 영화(범죄의 재구성)를 편성했다. 이에 KBS는 29일 '웨딩'을 내보내지 않고 이 시간대에 영화를 편성했다. 월화드라마인 '웨딩'이 초반 2주 연속으로 화요일에만 방송되는 편법 편성이 실시된 셈이다.
조기 종영의 경우 일차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출연 배우들이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흥행 안되는 배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는 것. 일방적인 조기 종영과 편법 편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방송 횟수와 기획 의도는 처음 방송사가 시청자에게 한 약속인데도 이를 손쉽게 저버리는 행위는 방송사 신뢰도에 타격을 입히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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