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2선후퇴나 임기단축' 발언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 25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권력을 통째로 넘길 수 있다"는 발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중도사퇴' 의사까지 내비친 것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
여당의원들은 충격속에 대통령의 진의 파악에 골몰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또다른 벼랑끝 전술'이라고 일축하면서도 향후 정국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당 지도부와 대변인 등 당 공식라인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얼떨떨한 표정이 역력하다. 2시간반 동안의 만찬에서 대통령의 발언에 여당 의원들이 한마디의 이의도 달지 못한채 자리를 뜬 것도 이같은 착찹한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재선의원은 "시간이 말해주는 중압감과 무게를 느낄수 있지 않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호남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노무현 시대 마감' 충격이라고 밖에 말할게 없다"면서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당 의원들간에 진짜로 이야기를 해야겠다. 더 많이 어려워 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대통령의 진지하고 진솔한 얘기에 의원들이 숙연했다"고 전했으나, 또 다른 의원은 "그순간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상반되게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K모 의원은 "지난번 국민과의 대화나 다를 것 없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다 얘기하고 (간담회가) 끝났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다 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노 직계 의원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서갑원 의원은 '임기단축' 언급에 대해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반어적 표현"이라며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나. 극단적인 반어적 표현이자 그만큼 연정에 대해 순수한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절절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한나라당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의 발언수위를 휠씬 뛰어넘는 것이어서 마냥 '무시전략'으로 나갈 수도 없는 입장이다.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무관심하거나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강원도 홍천에서 의원연찬회를 갖고 있는 박근혜 대표는 "이미 한나라당 입장은 다 이야기했고 더 할 이야기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갈 길이 있고 국민이 바라는 바가 있는데 거기에 맞춰 가는 거지, 가서는 안되는 길인데 2번 얘기하면 안 되고 10번 얘기하면 받고 그러느냐"면서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지"라고 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노 대통령이 연정 불씨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노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뭔가 수순을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러나 야당과 국민은 (연정 제의를) 이해하지 못할것이며, 결국 불행한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전략기획위원장은 "궁극적으로 정치제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겠느냐"며 "결국 내각제 개헌 등 정치제도 개편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국정운영의 실적에 따른 정당성이 떨어지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되니 정국을 틀어쥘 수 있는 명분과 구도를 찾는 것"이라며 "결국은 영남을 파고들어 국회 의석 3분의 2 개헌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겠느냐" 고 분석했다. 이와관련, 당의 한관계자는 "전국규모 선거인 내년 지방선거를 9개월이나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진퇴문제를 거론한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면서 "모종의 작심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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